타 산업 발전에 비해 농업 분야는 발전속도가 떨어진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융복합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농업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버티컬 팜(vertical farm)이나 식물공장이 실용화되면서 농업은 토지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농업은 잠재력이 뛰어난 미래 산업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최근 많은 사람이 농업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농업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하는 청년층까지 탈(脫)도시를 꿈꾸는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역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첨단농업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이 편리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 아쉽다. 진정한 농업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의 가치와 소중함을 경험한 후에 기술교육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특히 스마트 팜으로 대표되는 농업 교육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스마트 팜을 활용해 농사를 지으면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인간’과 ‘생명’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직접 손으로 흙을 만지고 잡초나 벌레와 씨름하면서 생명의 가치를 느끼는 시간적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첨단기술의 사용이 당연해지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재의 농업 환경에서 농업이 주는 소중함과 농촌의 삶을 경험할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의 하나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의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우프(WWOOF : 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를 꼽을 수 있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1997년도에 한국에 설립된 ‘우프코리아’는 현재 전국 79여 곳의 다양한 친환경 농장과 함께하고 있다.
최소 일주일 이상 농장에서 잡초 뽑기, 벌레 잡기 등의 일을 하며, 농장의 작물로 만든 정갈한 음식과 안락한 잠자리를 제공받는다. 참여자들은 상호무상으로 이루어지는 이 활동을 통해 고스란히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실제로 이들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 속에서 흙을 만지는 것 자체가 많은 쉼과 위로를 주었다고 덧붙였다.
농사 농(農)자는 부수가 辰(별 진, 때 시)이고, 曲(굽을 곡, 가락)이 합쳐진 글자이다. 따라서 농사는 ‘별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농부(農夫)는 바로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다. 연중 변해가는 별자리를 보면서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가꾸고 곡식을 거둘 때를 알았을 것이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농부와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농업 강국 네덜란드에서는 농사를 잘 짓는 농부를 ‘Green Finger’, 즉 ‘녹색 손’이라고 부른다. 식물의 잎과 줄기를 많이 만지는 사람이라는 말로, 농사에서 농부가 가져야 할 자세를 일컫는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우리를 자연과 엮어주는 생명의 다리이다. 아무리 고도의 첨단기술이 있어도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생명을 낳는 일에는 정성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매일 먹는 밥이 질리지 않는 이유는 농부들의 마음(農心)이 그대로 작물에 전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