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국내외의 이목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집중되었다. 국내외 전문가와 언론이 신포항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관찰했다. 북한이 북극성 SLBM을 발사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우리가 이처럼 북한의 SLBM에 아주 민감한 이유는 이 무기체계가 지니는 전략적 파괴력 때문이다.
미국은 핵 전력구조로 3대 핵전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상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이 3축을 구성한다. 최근에 뛰어난 성능과 다양한 용도 때문에 SLBM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축 체제를 전략폭격기와 SLBM 2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이다. 영국은 전적으로 SLBM에 핵탄두를 장착하고 프랑스도 SLBM 의존도가 높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보유인정국가 외에 SLBM을 개발한 국가는 인도와 북한이다.
SLBM은 SSBN에 탑재되어 광대한 바다의 수중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은밀성이 뛰어나다. 적의 탐지와 추적이 어려워 선제 핵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미사일이다. 따라서 SLBM은 적에 대한 제2차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생존력과 표적에 대한 타격의 정확성 때문에 효과적 핵 억제력으로 평가된다. 제2세대 핵국가인 인도와 북한은 공식적으로 핵 선제불사용 전략을 천명하면서 억제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SLBM을 개발하고 있다. 핵국가가 공식적으로 천명한 핵 선제불사용 전략에 따라 SLBM을 단지 억제목적에만 활용하리라고 믿는 것은 순진하다.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SLBM의 성능과 용도도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애초 SLBM의 생존력과 그에 따른 공격력과 억제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SSBN에 대한 원격탐지기술과 대잠수함전의 발달에 따라 SSBN의 이동이 좀 더 투명해졌다. 여타 운반수단에 비해 뛰어났던 SLBM의 생존력이 저하되고 SLBM의 억제력 역시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SLBM은 여전히 전략적 우월성을 유지하고 있다.
SLBM은 정확성, 은밀성, 적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미사일방어체제 회피 등의 전략적 장점이 있다. 따라서 핵국가들은 SLBM으로 적의 군사표적(주로 핵전력)을 타격(counterforce attack)해서 핵능력을 무력화하는 작전도 감행할 수 있다. SLBM이 저위력(low-yield)일수록 적에 대한 민간영역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 실제 공격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군비통제론자들이 저위력 핵무기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조합해서 전략적으로 정교하게 운용할 때 그 효용성은 배가된다. 예를 들어 지상기반의 탄도미사일로 핵공격을 억제하는 한편, SLBM으로 군사기반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검토할 수도 있다. SLBM을 보유한 핵국가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더욱이 인도와 북한처럼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지정학적 상황에서는 SLBM이 선제공격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첨단 SLBM 능력을 보유한 미국도 상대방의 핵능력을 무력화하는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이처럼 기술수준과 지정학적 상황 등에 따라 SLBM의 성능과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SLBM의 억지력이 취약해지거나 강력한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 핵전력 표적에 대한 선제공격의 유혹이 커질 것이다. 적의 SLBM 전력에 대한 효율적 대응의 첫걸음은 SLBM의 기술 수준, 장단점, 용도, 지정학적 상황 등 복합적 요인을 균형 있게 평가하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