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주요 재건축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8일 시장 업무를 시작한 이후 첫 번째 내놓은 부동산 분야 대책이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요동치자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린 조치인 동시에 재건축 속도 조절을 알리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집값 안정에는 약발이 먹히지 않을 공산이 크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 수요를 차단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현 시점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거래 자체를 어렵게 만들면 제약이 없을 때보다 매매량 자체가 줄어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일시적인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예상한 듯 해당 지역에선 거래량이 줄어든 모양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단지 내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에 애당초 매물 자체가 없는 편”이라며 “가격도 오를 대로 올라 실거주자 아니면 거래가 어려운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이미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서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인 잠실동,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큰 탓인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주로 무주택자가 매수하거나 1주택자가 갈아타는 시장으로 바뀌었다”며 “도심 아파트는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더라도 가격 측면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저금리와 풍부한 부동자금을 고려하면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오 시장은 주요 재건축 단지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정부에 안전진단 등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콕 찍어 소개하며 재건축 안전진단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그동안 규제 기조를 내건 정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만큼 더 이상 과거처럼 규제 일변도로 민간 재건축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당이 먼저 주택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부담을 낮추려고 하는 등 기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2·4 주택 공급대책 등을 원할히 추진할 수 없다"며 "시장이 과열되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면 민간 개발을 굳이 막아설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