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野 시장들 회동, 보여 주기 그쳐선 안 돼

입력
2021.04.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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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7 재·보선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 인사만 초청해 청와대에서 오찬을 가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해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는 신호로 보인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이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의 소통 행보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다. 당장 이날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나온 것은 없지만 방역과 부동산 정책 등을 두고 중앙 정부와 야당 소속 지자체 간 불협화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소통의 자리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다.

이날 회동에서 박 시장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공감대와 국민통합이란 두 기준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현시점에선 적절치 않다는 뜻을 시사했다.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서 오 시장이 “안전진단 강화가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건의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쉽게 재건축을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견을 보이면서도 “민간재개발을 못 하게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안전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더 협의해서 풀어나가자는 취지다. 오 시장도 회동 후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의 의지가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다”라고 말해 정부와의 추후 협의에 대한 기대감을 열어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회동을 두고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는 분명하다”며 "예상보다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통 행보가 단순한 보여 주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야권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해서 조언을 경청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 실질적인 협치로 이어 나가야 한다. 이런 변화가 국정 현안을 원활하게 풀 뿐만 아니라 민심을 회복하는 데도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