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해체 수준 개혁' 약속했지만... '첫 단계' LH 투기 수사부터 난항

입력
2021.04.21 20:30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입증 어려움 겪어
경기북부경찰청도 관련 수사 과제 산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LH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특별수사대는 현재 22명의 LH 전·현직 직원에 대한 내·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투기 의혹 대상자로 지목한 15명과 2차 정부합동조사단이 수사 의뢰한 3명, 경찰 자체 인지 4명 등이다.

이 중 경찰이 자체 인지한 4명 중 현직 직원 A씨 1명을 구속하고, 3명은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합조단이 수사 의뢰한 3명에 대해서는 현재 내사 중이다.

문제는 시민단체가 지목한 15명이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은 당시 투기 의혹을 폭로하면서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 및 부패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패방지법은 개발부서에 근무하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가 드러나야 하는데, 이들 15명은 개발 관련 부서에 근무한 전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명·시흥지역은 정부 주도의 수용방식을 철회하고, 주민이 중심이 된 환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내부 정보'의 범위를 놓고 다툼 가능성이 남는다.

더욱이 경찰이 지난달 9일부터 LH 본사와 이들의 근무지, 거주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후 1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지만 내부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A씨와 SK반도체클러스터 인근 부지를 매입한 전 경기도 공무원 등은 토지 매입 당시 개발 관련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부패방지법 혐의 적용이 가능했지만, 이들은 그 상황이 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와 이들 15명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도 LH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과제는 산적한 상황이다.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팀은 지난달 초 인터넷 토지경매 강사로 활동한 B(40대)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B씨는 LH 서울지역본부 등에 근무하면서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관련 영리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수사 착수 한 달이 넘은 이번 주에 그를 불러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부패방지법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향후 법리 전쟁을 치를 전망이다. B씨 역시 개발부서에 직접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3일 경기 파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LH 직원 C씨에 대한 투기 관련 수사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경찰은 C씨의 사망과 관계없이 투기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기로 하고, 그동안 주변인 조사를 벌여왔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들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확정된 게 없지만, 혐의 적용에는 문제가 없다”며 “수사 중인 내용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