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이어 음료까지… "이제는 '라벨' 없는 게 경쟁력"

입력
2021.04.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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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생수시장 '무라벨' 제품 속속 출시 
차별화 위해 묶음 포장재에 홍보… 뚜껑 색깔 변화도

음료·생수업계에 제품 라벨을 부착하지 않는 '라벨프리'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분리 배출 시 일일이 라벨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려는 취지다. 생수에서 시작된 무(無)라벨 바람이 음료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라벨 없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품을 알릴지도 업계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무라벨 마케팅 '후끈'

음료업계는 페트병 위주였던 무라벨 제품군을 캔으로 확장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프리미엄 커피 '칸타타' 캔에 기존 라벨 디자인을 직접 인쇄해 재활용도를 높인 '칸타타 NB(New Bottle)'를 21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올해 약 4500만 장(76.5톤)의 포장재 발생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월 무라벨 탄산수 '씨그램 라벨프리'를 출시한 코카콜라사도 라임, 플레인 등 다른 맛으로 적용 제품을 늘리는 중이다. 씨그램 라벨프리는 투명한 페트병에 양각 형태 로고를 새겨 시각적인 상쾌함까지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제품 간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생수 시장에선 '친환경' 경쟁이 한층 치열하다. 제주삼다수는 오는 6월부터 무라벨 제품 1억 병을 출시하기로 했다. 삼다수는 재생 페트 사용, 바이오 페트 개발 연구 등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50%를 절감할 계획이다.

농심은 올 상반기 중 무라벨 백산수를 출시하고 페트병 경량화도 추진한다. 지난해 생수 업체 중 가장 먼저 무라벨 아이시스 에코를 출시한 롯데칠성음료는 4월부터 제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까지 추가한다.

'라벨 없는 홍보' 새 고민도

소비자의 공감을 노린 친환경 마케팅은 가치소비 흐름을 타고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편의점 CU는 PB상품으로 무라벨 생수를 출시한 후 한 달 만에 매출이 78.2% 상승했다.

다만 대표적인 제품 홍보 수단인 라벨을 떼어내면서 마케팅 차별화에 대한 새로운 고민도 커지고 있다. 우선 업계는 묶음 포장재에 힘을 주거나 뚜껑을 다양한 색깔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이시스 에코를 판매 중인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묶음 포장재에 제품 이미지와 페트병 분리배출의 중요성까지 강조해 고객에게 친환경 소비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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