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여당이 공시가 9억 원인 현행 주택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상향키로 하고 개선안을 서두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1일 부동산장관 회의에서 “시장 불확실성 조기 해소 차원에서 당정 협의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홍 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종부세 과세기준 9억 원을 만든 지 11년이 지났다”며 기준 상향 방침을 확인했다.
여당 김병욱 의원은 전날 이미 기준을 12억 원으로 올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정이 다급히 나선 건 ‘4ㆍ7 재·보선’ 참패에 따른 민심 수습책인 셈이지만, 현행 기준의 불합리성은 진작부터 광범위한 반발을 사왔다. 우선 9억 원 기준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5억2,530만 원이던 2008년 말에 정해졌다. 하지만 집값 폭등으로 지난 2월 평균 매매가가 10억8,192만 원으로 치솟은 데다, 공시가 인상까지 겹쳐 졸지에 서울 아파트의 24.2%가 종부세를 내게 됐다.
“정책 실패로 집값 폭등한 게 우리 죄냐”라는 불만이 들끓는 건 당연하다. 따라서 뒤늦게라도 종부세 보완에 나선 건 다행이다. 다만 부동산 민심에 편승해 자칫 시장에 더 큰 혼란과 부작용을 일으킬 정책변경 요구가 정치권에 난무하는 건 문제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 야권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나온 공시가 인상 속도조절론이나 고령자ㆍ장기보유자 공제 혜택 확대론 등이 대표적이다.
공시가는 그동안 터무니없이 낮게 매겨진 게 되레 문제였다. 부동산 부자일수록 세금을 적게 내는 등 공평과세 원칙을 크게 왜곡시켰다. 그나마 경실련 등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어렵사리 현실화 계획이 마련된 만큼, 기조 전환보다는 관련 과세 기준을 미세조정하는 방식이 옳다. 보유세 공제도 남발할 게 아니다. 60세 이상인 경우 주택 처분 시에 과세하는 과세이연제도 등을 적용하는 게 타당성이 크다. 절실한 보완을 넘는 정치권의 경거망동이 정책기조까지 뒤흔들어 혼란을 일으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