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와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21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오찬 후 서울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박 시장이 먼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며 "저 역시도 같은 생각이라고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전날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을 요구한 데 이어 야당 출신 광역지자체장들이 '사면론'에 가세한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와 통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시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결정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시가 노후 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이 가능하도록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이날 오전 국토부에 요청한 데 이어 문 대통령에게도 직접 건의한 것이다. 오 시장은 "제가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방문한 뒤 (재건축의) 절박함 느껴 문 대통령에게도 콕 집어 시범아파트 현장 방문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 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 억제,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인데, 이는 서울시와 다를 게 없다"며 "국토교통부가 서울시와 더 협의하고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했다. 또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지만, 민간 재개발 억제는 아니다"라며 "시장 안정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025년 만료되는 수도권 매립지 운영 문제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지자체간 중재에 나서줄 것도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오 시장은 "전문가들은 잔여 부지에 더 매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합의가 안돼 서울·인천·경기·환경부 4자가 협의 중"이라며 "올해 중에는 가닥이 잡혀야 해 청와대의 협조와 도움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오찬은 문 대통령이 제안하고, 두 시장이 응해 성사된 첫 대면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