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쿠팡 쏠림 현상…하위권 리그 피말리는 수수료 전쟁

입력
2021.04.21 17:30
18면
네이버·쿠팡 vs 나머지 격차 갈수록 벌어져
위메프, 티몬 등 수익원인 수수료 깎기 돌입
실적 악화 감수…"입점사 늘리기에 초점"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가 네이버와 쿠팡 양강 체제로 굳어지면서 군소 업체들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이미 대규모 트래픽(접속량)을 확보한 대형 플랫폼 속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지 않는 '자물쇠(락인·Lock-in) 효과'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점유율 하위권 업체들이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입점 판매자로부터 거두는 수수료 깎기 경쟁에 돌입한 배경이다. 쿠팡처럼 직매입 기반이 아니라 판매 공간만 내어주는 오픈마켓 형태인 이들 업체에겐 다양한 상품 구색과 저렴한 가격이 생명이다. 수수료 경감 결정에는 판매자 부담을 줄여 입점사를 늘리고 가격 인하 여력을 마련해 줘야 이용자를 빼앗기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깎아주고 돌려주고…판매자 모시기 치열

위메프는 21일부터 기존 평균 15.1%였던 판매 수수료를 2.9%로 고정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정률제 수수료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상품기획자(MD)가 판매자들과 일일이 협상으로 판매가와 수수료를 정하는 오픈마켓 업체들은 상품 마진율 등을 고려해 품목별로 차등 수수료를 운영해 왔다. 예를 들어 공급가나 재료 원가가 낮아 마진이 많이 남는 패션 상품은 도서(10%대 초반)보다 높은 15% 안팎으로 책정된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유통 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온라인 쇼핑몰의 수수료율은 평균 13.6%(2019년 기준)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수수료는 결제, 포털 노출 등을 포함해 5%대다. 위메프는 "2.9%는 결제대행(PG) 수수료까지 포함한 것이며 이는 포털 업체들보다 더 낮다"고 강조했다.

수수료 2.9%에 더해 위메프는 특가 행사에 참여하는 판매자들에게는 상품 노출을 많이 시켜주는 대가로 받는 광고 수수료도 손질했다. 보통 오픈마켓 업체들은 클릭당 과금(CPC·Cost Per Click)을 하지만 위메프는 판매당 과금(CPS·Cost Per Sale)을 적용하기로 했다. 실제 매출이 일어나는 경우에만 비용이 부과돼 판매자의 마케팅과 판촉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말 티몬은 판매금의 일부를 도리어 돌려주는 '마이너스 수수료'를 내놨다. 단일 상품을 등록하는 판매자에 적용되는 정책으로 100만 원짜리 상품을 팔면 1%인 1만 원을 티몬이 판매자에게 돌려준다.

적자 확대 뻔하지만…"덩치부터 키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상위 업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2019년 22%였던 네이버(12%)와 쿠팡(10%)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32.3%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위메프 점유율은 5%에서 4.3%로 줄었고, 티몬은 3%대에 멈춰있다. 실적도 뒷걸음질 쳐 위메프와 티몬의 전년 대비 매출액 감소폭은 각각 17%, 12%다.

위메프와 티몬의 경우 여행상품과 공연티켓, 패션 카테고리가 강점이라 코로나19 수혜를 보지 못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위메프는 540억 원, 티몬은 63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업체는 적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도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 일부를 포기하는 셈이다. 단기적 실적 악화 역시 불가피하다. 그만큼 선두와의 격차 줄이기와 점유율 방어가 절실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수익 타격이 있겠지만 이제는 오픈마켓뿐 아니라 카카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다양한 입점사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줄여 진입을 더 수월하게 하는 중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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