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남녀평등복무제 안에 대해 군 전문가들은 "찬성하지만 모병제는 시기상조"라거나, "안보 개념의 정립 없이 남녀평등만 바라봤다"는 등 엇갈린 시선을 보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와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박 의원 안에 대해 각각 다른 평가를 내놨다.
대선 출마선언을 한 박 의원은 최근 자신의 책을 통해 '모병제를 도입하되, 남녀 모두 40~100일의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며 여성징병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먼저 인터뷰에 나선 신 대표는 "군 내에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 병과들이 많다. 예컨대 경계를 잘못해서 동해 지역이 뚫렸는데 폐쇄회로(CC)TV 경계병이나, 군수 지원, 교육 훈련 이런 분야에 여성들이 활약할 수 있다"며 여성 징병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한 남녀의 신체적·체력적 차이에 따른 우려를 감안해 이스라엘 모델을 참고, 남성은 18개월, 여성은 12개월 의무 복무해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남성은 32개월, 여성은 24개월 의무복무하되, 여성은 전투병으로 복무하지 않는다.
신 대표는 아직 분단된 상황을 감안해 '정예 예비군'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남녀 모두 전시 상황에서 자신이 근무할 지역에서 사계절을 지내보면서 그곳의 지형 그리고 그 부대의 작전 계획에 숙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이 임신할 경우 이스라엘처럼 남은 예비군 복무는 전부 면제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우리도 정예 예비군을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러나 모병제 도입 주장엔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그는 "일본 자위대 초봉이 35만 엔, 우리 돈으로 400만 원 정도인데 26만 명을 못 모아서 24만 명으로 유지를 한다"며 예시를 들었다.
이어 "우리도 58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준다고 하면 몰릴 순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지가 않다"며 "3년 복무하고 월급 100만 원, 200만 원 받고 나가라고 해서는 30만 명을 모으기가 힘들다. 그래서 시기상조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용석 활동가는 "박 의원이 병역이라는 복잡한 제도를 남녀평등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병역은 군대에서 복무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복무나 대체복무까지 포괄하는 것이라 산업적·국가행정적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병제든 여성징병제든 논의할 땐 한국전쟁 이후 다변화된 안보의 개념과 방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위기, 쓰나미, 포항 지진 등도 안보 위협이고, 그 속에서 한국군의 적절한 규모와 한국군의 위상과 위치, 역할은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까지는 이런 논의가 사실상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모병제, 여성징병제만 논의하는 것은 안 팔리는 메뉴가 있는데 레시피의 근본적인 것은 손볼 생각은 안 하고 조미료만 바꾸는 처방"이라고 비유했다.
여성징병제 논의의 배경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더했다. 그는 "4·7 재·보궐 선거 이후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겠다며 여성 징병제나 군가산점제를 얘기하곤 하는데, 원인도 잘못 찾았고 이렇게 얘기가 된다면 병역제도에 대한 건강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남성이 차별받으니까 여성도 같이 고통받아야 돼가 아니라 20대 남성의 희생을 줄일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 군 복무 기간을 최소로 단축시키고 임금은 최대로 늘리고, 사회 단절을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게 훨씬 더 시급하고 현실 가능한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