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유화 논쟁을 일으켰던 명성교회 세습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세습을 용인하면서 설립자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는 지난 1월, 타의로 떠난 지 2년 만에 명성교회로 돌아왔다. 예장통합이 제정한 세습 금지 헌법은 무력화됐다. 반대파들은 사회법에 기대어 여러 소송전을 벌이지만 지난달 11일에는 명성교회 정상화위원회(명정위)가 제기한 김하나 목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세습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명정위는 소송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본안 소송에서 진다면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각오다. 세습에 반대한 교인 대부분이 명성교회를 떠났다면서 왜 이렇게까지 싸울까? 명성교회를 26년 동안 다녔던 교인, 이제는 전(前) 교인이 된 조병길 명정위 총무는 원칙의 문제라고 답했다. 명성교회는 교단 헌법을 지킬지, 교단에서 나갈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 교회가 목사가 아닌 하나님과 교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려면 명성교회가 세습으로 입은 피해를 사회에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명성교회는 세습 이후로 교인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젊은 신자들의 유입이 끊겨 교회가 고령화되고 있고 이대로라면 자연히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위기다. 지난 9일 서울의 강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 총무는 이렇게 주장했다. 조 총무는 세습이 교회를 목사 중심으로 변질시킨다고 믿는다. “언젠가부터 명성교회에선 하나님과 예수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립자를 앞에 내세웠어요. 기도를 하고 무슨 문서를 읽는다면 ‘목사님 사랑합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이런 멘트가 꼭 들어가야 했죠. 세습이 알려지면서 교인이 많이 떠났고 새로운 교인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조 총무는 교인이 감소했다는 증거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예배 인원의 감소다. 명정위는 2017년 11월 김하나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한 이후 3개월 정도 간격을 두고 주일 낮 예배(총 5회) 현장을 촬영해서 인원을 실셈했다. 이에 따르면 참석 인원은 2017년 11월 19일 1만9,727명에서 2018년 9월 30일 1만4,981명으로 24% 감소했다. 명성교회가 동남노회에 보고한 2017년 상반기 평균 참석인원이 3만3,438명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급감했다고 명정위는 주장한다.
두 번째는 명성교회가 매주 집계해 주보에 발표한 교인들의 신생아 출생 현황이다. 9월 마지막 주 기준 신생아는 2016년 245명에서 2017년 227명으로 감소했고 세습 논란이 벌어진 이후인 2018년에는 161명으로 29% 줄었다. 이전까지 교인 규모는 매년 2~3%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였다.
세 번째는 명성교회 내부자료에 근거한 헌금 수익 현황으로 2015년 말 십일조 등 각종 헌금액은 458억 원이었는데 2018년 말에는 354억 원으로 23% 감소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명성교회에 연락해 입장을 물었으나 교회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조 총무는 “종합하면 세습 이후로 교인이 많이 떠났는데 새로운 교인, 특히 젊은 교인이 들어오질 않는 거죠. 교회의 위기입니다. 교회들은 항상 새로운 신자가 필요합니다. 매년 20% 정도 기존 신자가 빠져나가기 때문이죠. 젊은 교인은 직장, 유학 등 다양한 이유로 교회를 옮기거든요. 새 교인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명성교회는 그게 안 되는 겁니다.”
명정위는 2019년부터는 교인 규모에 큰 차이가 없어서 집계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명성교회가 있는 강동구는 최근 고덕지구 등의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인구가 많이 늘었는데도 명성교회 교인은 많이 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끝나면 교인 규모의 큰 감소가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동구 주민등록인구는 2014년 47만 명에서 2018년 42만 명으로 감소했고 이후 반등해 지난해 46만 명으로 늘어났다.
세습은 불씨를 남겼다. 교단 헌법은 여전히 세습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조 총무는 “예장통합은 신사참배에 찬성한 역사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제시대, 민주화 운동시대 저항의 역사가 있는 정통 교단입니다. 그런데 큰 교회가 마음만 먹으면 교단이고 헌법이고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라면서 “차라리 헌법에서 세습 방지 조항을 없애든지, 명성교회가 나가서 교단을 만들든지 해야죠”라고 지적했다.
조 총무는 명정위를 끝까지 지킬 작정이다. 재판에서 지든 이기든 법원 앞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발표할 의무가 있다고 여긴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 입장에서는 끝을 봐야 돼요. 링에 올랐으면 승부를 내야 합니다. 세습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것, 이렇게 마무리됐다고 알려주는 것, 그게 교인들의 역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