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수요 회복됐다지만… 셈법 복잡한 항공업계

입력
2021.04.22 04:30
18면
특가 경쟁에 1만원 미만 항공권도 나와 
"비행기 세워놔도 돈 들어… 밑지더라도 운항해야"
대형항공사들은 화물 확보 경쟁 치열
항공화물 공급 확대로 운임 하락, 수익성 낮아져

최근 국내선 여객 수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항공업계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우선 국내 여행객 증가가 장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 해소를 위한 수요에 계절적인 영향이 더해졌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여행객 수요는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진행된 항공권 특가 경쟁 덕분이란 점에서 고민은 커진다. 국내선 항공 수요 증가는 '박리다매' 전략의 결과일 뿐, 오히려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21일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 항공사의 국내선 운항 편수는 1만7,166편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3월 1만6,042편을 넘어섰다. 여객 수 역시 260만8,000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257만3,000명을 뛰어넘었다.

문제는 실속이다. 여객 수요 증가가 항공사의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LCC를 필두로 한 특가 경쟁 탓에 현재 '커피보다 싼 비행기 티켓'이란 말이 나올 만큼 항공권 가격은 바닥이다.

실제 제주항공은 이달 들어 회원 대상 초특가 할인 이벤트를 열어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사용료를 포함한 편도 운임총액 기준 최저가를 9,900원으로 책정했다. 티웨이항공도 5월 상춘객을 사로잡기 위해 김포~제주 노선 편도 항공권을 1만4,900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최근엔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도 특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부터 시작한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통해 김포~제주 편도 노선을 2만5,200원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특가 경쟁이 '제 살 깎아먹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소연한다. LCC 업계 관계자는 "비행기를 운항하지 않아도 임대료, 정비료, 보험료 등 고정비용은 계속 나가기 때문에 밑지더라도 운항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항공사마다 특가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며 "게다가 수익의 80%를 차지하는 국제선 여객 수요는 언제 회복될 지 예측조차 할 수 없고, 조종사들의 자격 유지를 위해서는 운항 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선 수요 확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해 항공 화물 덕분에 예상외로 선전한 FSC들의 걱정이 더해지긴 마찬가지다. 해외 FSC는 물론 LCC까지 화물 사업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늘어나자 운임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홍콩 TAI 항공 화물 운임지수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각각 1kg당 7.5달러(약 8,500원), 5.59달러였던 홍콩~북미, 홍콩~유럽 노선 화물운송 운임은 지난달 5.48달러, 4.0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더 많은 항공화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통 항공사들은 화물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하는데, 최근 들어 경쟁사와 주로 거래하던 화물 대리점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국제선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화물이 거의 유일한 수익 모델이기 때문에 항공사 간 화물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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