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62) 서강대 명예교수는 20일 4ㆍ7 재·보궐선거에 참패한 이후 ‘쓴소리’를 듣겠다고 모인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40여 명 앞에서 “민주당은 이념과 과거에 갇혀 생각이 끊겼다”고 직격했다. 최 교수는 스스로를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정부 지지자’라고 밝혀온 철학자다. 2019년 약산 김원봉의 서훈(敍勳) 논란 당시 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이후론 정부ㆍ여당의 행보에 쓴소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최 교수는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가 개최한 ‘쓴소리 경청 1탄’ 행사의 첫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우원식 의원의 ‘친일 잔재 청산’ 발언을 거론하며, “이걸 보고 ‘이분들이 이번 선거를 패배로 생각하지 않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친일 청산이 아니라 반도체”라며 “(민주당이)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보지 않고 자신이 ‘믿고’ 있는 문제만을 제기하는 건, (이념에 갇혀) 생각이 멈춰 있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최 교수는 민주당이 당헌까지 고쳐 가며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한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념과 과거에 갇히면 과학적 승리가 아닌, 정신 승리에 빠진다”며 “당헌을 바꿔 후보를 내 이 사달이 났어도 민주당은 ‘그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서울ㆍ부산시장은 빼앗겨도 ‘존엄’을 지킬 수 있었다”며 “그러면 공조자가 더 많이, 더 끈끈하게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정치 의식을 꼬집기도 했다. 초선인 유정주 의원이 ‘준비가 안 된 상대(야당)와 협치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게 맞는지 고뇌가 있다’고 하자, 최 교수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건 전적으로 개인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준비가 안 된 상대’라는 표현은 상대를 악으로 보는 것이고, 생각이 같은 사람하고만 가겠다는 것”이라며 “생각이 끊기고, 이념화되면 도달하는 경로”라고 했다. ‘우리는 옳고, 너희는 그르다’는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협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최 교수의 발언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강연에 참석한 양이원영 의원은 채팅창에 ‘관념이 아닌 현실에 기반해 정치를 해야 한다’ 등 강연 내용을 요약한 글을 올렸다. 권인숙 의원은 강연이 끝나고 “머리를 ‘띵’ 맞은 느낌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