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에 ESG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ESG를 말하다 보니 기업 사이에서는 '우리도 ESG경영 차원에서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이다.
환경(E)에 관한 것이나 지배구조(G)에 관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지만 사회분야(S)에 대해서는 그저 사회공헌활동을 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외에는 막막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럴 때 사회영역에서 강조되는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 생각해보면, ESG경영을 실천하면서 기업문화를 새롭게 하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다양성은 나이, 종교, 성별, 인종, 경력, 학력 등과 같은 사람들의 개인적 특성의 차이를 의미하며, 포용성은 다름을 감싸주거나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동질적인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로 공채 과정을 거쳐 입사하게 되는데 일정 영역의 전공, 비슷한 성장 이력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신입사원이 필기시험과 면접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니 의사결정을 하는 기준도 비슷하다. 아마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꽤 오랜 기간 그런 방식의 채용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모여서 조직이 운영되다 보니 기업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도 오랜 기간 획일적일 수밖에 없었다.
적자생존의 문화가 가장 강한 곳 중의 하나가 실리콘밸리. 그곳의 기업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은 착한 기업임을 내보이기 위해 차별금지 정책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선입견 없이 다양한 인종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뽑기 위해 차별금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애플, 구글 등과 같은 여유 있는 기업은 물론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들 가운데에서도 다양성이라는 명제를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가진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측면에 있어서도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조직과 단일 집단으로 이루어진 조직은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인간의 능력과 생각, 적성은 어차피 다 다른데 하나의 모범적 인재상을 정해 놓고 그런 틀에 맞는 사람만 고르려 한다면 다양한 소비자가 요구하는 특성을 제공할 수 없기에 인종, 성, 경험에 대한 획일적 잣대를 대지 않고 다양한 인재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잘 대응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직원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기업에서 다양성이라는 명제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듯하다.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 의무고용 등 법규를 준수하는 차원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에 접근한다면 ESG의 본질과는 너무나 먼 이야기이다. ESG평가만 잘 받는 것을 목표로 ESG경영을 하는 것은 지속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흉내만 낸다는 사실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
기업별 ESG 수준을 평가하는 기관들은 대부분 그 기업이 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경영환경에서 큰 위험이 있는지, 소비자에게 좋은 평판을 얻는지, 종업원의 근로 만족도가 높아서 경영의 안정성이 뛰어난지 등을 토대로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조화를 이루며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빠르게 잘 대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가장 시장친화적 ESG 실천 방안인 동시에 창의적 젊은 인재 확보 전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