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든 비행체가 지구 밖에서 처음으로 하늘을 날아올랐다. 1903년 미국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비행기를 띄운지 118년 만에 다른 행성에서 처음으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9일(현지시간) 오전 3시30분 초소형 무인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ㆍ재주)’가 화성 하늘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류가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 ‘제어 가능한 동력체’를 비행시킨 것은 처음이다.
인저뉴어티는 나사가 개발한 높이 약 49㎝, 무게 1.8㎏의 초소형 헬기로 머리 위 달린 회전 날개 두 개를 돌려 하늘을 난다. 지난 2월 18일 화성에 착륙한 로버(이동형 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ㆍ인내)’가 화성까지 싣고 왔다. 화성에서의 비행 성공 소식은 인저뉴어티가 공중을 나는 사진 등과 함께 오후 7시 50분쯤 나사 운영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전 세계에 공개됐다. 이 비행체가 비행 정보를 정리한 뒤 약 2억7,840만㎞ 떨어진 지구로 보내는 데 시간이 걸린 탓에 성공 여부는 다소 늦게 발표됐다.
인저뉴어티는 지구 대기 밀도의 100분의1에 불과한 화성 대기에서도 비행할 수 있도록 날개 회전 속도를 지구 헬기보다 8배 빠른 분당 2,400회까지 높였다. 시험비행은 이륙 후 초속 1m 속력으로 약 3m 높이까지 상승해 30초간 정지비행을 하고 착륙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행 직후 인저뉴어티는 소모된 동력을 태양에너지로 재충전하기 위해 수면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시험 비행은 1900년대 라이트 형제의 인류 최초 동력 비행 성공과 비견된다. 당시 사용된 ‘플라이어 1호기’ 조각이 이번 시험 비행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인저뉴어티에 부착되기도 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화성 표면에서 이륙하는 것은 지구에서 고도 10만피트(약 30㎞)로 비행하는 것과 비교할만하다”면서 “어떤 헬기도 그 정도 높이에서 비행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나사는 인저뉴어티를 만드는 데 8,500만달러(약 950억3,000만원)를 들였다. 인저뉴어티를 품고 화성에 간 퍼서비어런스를 개발하는 데는 27억달러(3조원)를 투입했다. 나사 측은 “인저뉴어티 (비행은) ‘고위험·고보상’ 기술 실증”이라고 밝혔다. 인저뉴어티에는 과학자료를 수집하는 기능이나 과학기구는 실려있지 않고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부품들로만 채워졌다. 화성에서 동력 비행이 가능한 지 여부를 실증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확률도 상당한 상황에서 나사가 도전에 나선 이유는 성공 시 화성 탐사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7년 화성을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시대를 연 첫 탐사 로버 ‘소저너’와 같은 역할을 하늘에서 해줄 비행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인저뉴어티가 열어준다는 것이다. 나사는 “인저뉴어티는 화성에서 비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실증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면서 “해당 기술은 더 진보된 로봇 비행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