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모병제, 성평등의 기회…女 절반 이상 입대 동의"

입력
2021.04.19 20:00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출신 권인숙 민주당 의원 
"징병제, 성차별의 큰 근거이자 성평등의 장애물"
"여성 군사 훈련 의무화? 굉장히 섣부른 주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낸 여성학자인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모병제 전환 논란과 관련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할 좋은 요소"라며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0대 여성 절반 이상이 '여자도 군에 입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공론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다만 여성 군사 훈련 의무화 도입을 주장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굉장히 섣부르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남성의 징병제가 유지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여성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의원은 모병제 도입을 주장해 온 대표적인 여성학자다.

그는 이어 "남성 중심만의 징병제가 여성의 모든 삶에 걸쳐, 특히 직장에서 성차별을 일으키는 굉장히 큰 근거였다"며 "모병제로 바뀌면 군대에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친화적인 조직으로 바뀌고, 사회에 성평등 문화를 확대할 좋은 요소"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또 모병제로 바뀌면 여성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성정책硏 2019년 조사, 20대女 55% "여자도 군대가야"

권 의원은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재임 시절 병역 관련 조사를 했다며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사 결과 전체 여성의 53.7%, 특히 20대 여성의 55%, 30대 여성의 54%가 여성의 군 입대에 찬성했다며 공론화가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지금도 여성이 군에 입대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병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강제성을 전제로 한 남성만의 징병제는 시민의 권리 측면에서 따지고 보면 여성에게는 성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데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징병제는 남성들 입장에서 보면 개인의 희생이 너무 큰 문제로, 문제 제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서로 바라보는 차별의 관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여성이 군대에 다녀오면 성평등이 이뤄진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남녀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권리와 의무를 같이 나누는 사회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여성의 군사 훈련 의무화를 제시한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군 입대) 의무를 받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의무가 부과되는 방식이라 일단 당사자들의 얘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의 삶에 연관성이 큰 문제인데, 하나 던지고 찬성하냐, 반대하냐 묻는 방식은 굉장히 섣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차기 대선 때 모병제를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들의 의지나 판단, 우려하는 부분, 모병제 가능성에 대한 준비 상태, 국제 정세에 관한 판단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며 "이 부분이 대선 국면에서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 큰 로드맵 속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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