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중천ᆞ박관천 면담 보고서’의 상당 부분이 왜곡ᆞ과장됐거나 풍문 수준의 내용이 기재됐다는 19일 한국일보 보도는 충격적이다. 검찰의 과오를 있는 그대로 밝혀내 신뢰를 회복하겠다던 다짐과 달리 사건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ᆞ조작해 특정 세력·인물에게 치명상을 입히려 한 음습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고 출범한 공적 기구가 오히려 그 진상을 왜곡ᆞ조작했다는 것은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일이다.
윤ᆞ박 면담 보고서의 왜곡ᆞ조작 파장은 심대하다. 이 보고서가 2019년 5월 29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가 발표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 조사결과의 토대였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대검 진상조사단의 면담 조사 내용을 근거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정황, 청와대의 외압에 따른 부실 수사 정황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차관 외에 전직 검찰총장ᆞ고검장 등의 이름을 공개하며 검찰 내 유착ᆞ비호 세력 수사를 권고했다.
그러나 검찰 재수사에서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데 이어 조사단의 이규원 검사가 윤ᆞ박 두 사람의 진술을 변형하거나, 말하지도 않은 내용과 추측성 발언을 사실인 양 기재하는 등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검찰과거사위의 결론은 사상누각이 될 판이다. 수사 권한이 없다는 한계는 있었지만 조사 내용을 면밀히 확인ᆞ검증하지 않은 검찰과거사위의 과욕과 무책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검사와 스폰서의 유착,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 수사 등 이 사건의 본질은 변할 수 없다.
현재 검찰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이 검사를 움직여 김 전 차관 사건을 활용, 기획사정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허위 면담 보고서 공개로 검찰은 수사의 정당성을 갖게 됐지만 수사 과정에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검찰은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 사건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