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고강도 중국 견제'를 한목소리로 동참한 뒤, 일본 내부에선 대중국 무역비중이 높은 일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조 바이든 정권이 ‘유일한 경쟁상대’로 평가하는 중국을 향한 대항책은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나 과학기술 등 폭넓은 분야에서 민주주의 동맹국과 제휴를 하는 것”이라며 “미일 정상회담은 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그리는 청사진을 미국이 이끄는 민주주의 진영이 첨단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반도체 등의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을 재구축, 중국과 경제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하지만 신문은 일본의 경우 무역에서 대중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행보에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략 물자로 꼽히는 반도체 부품이나 의약품, 2차 전지 등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은 일본이 미국보다 훨씬 높다. '차이나 리스크' 예방 차원에서라도 공급망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미국의 요구가 너무 강해 중국 경제와 '디커플링(분리)'을 거론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일본에 이처럼 요구하면서 나중엔 자국 경제 사정에 맞춰 정책을 유턴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제조업 노동자들이 많은 주(州)를 감안해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을 위한 외교'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은 “일본에 과도한 요구를 하다가, 자국 경제를 우선시해 중국과 타협을 하고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일은 없을까”라는 일본 정부 내 우려를 전했다.
지난 17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진보 켄(神保謙) 게이오대 교수도 미일정상회담을 해설하며 중국과 경제적 분리에 관한 미국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진보 교수는 “미국은 거래하지 말아야 할 기업 목록을 만들고 최종 제품에 중국 부품이 포함돼 있으면 거래를 자제하라고 하는데, 바이든 정권이 정말로 동맹을 중시한다면 이런 민감한 정책에 대해선 좀 더 사전 협의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미래 첨단기술도 “중국이 자율주행이나 무인항공기 기술 등에서 다수의 특허를 갖고 있는데, 중국과 분리해 일본 기업이 정말로 성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지난 16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올린 트윗 글에서 "(정상회담) 목적은 미일동맹 강화라는데, 조공외교가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스가 총리의 방미를 조공 외교로 규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