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난민정책 역풍 맞자 참모 총출동 "트럼프 때 시스템 망가져"

입력
2021.04.19 15:30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 "난민 수용 확대"
"트럼프 때 중단된 중동 난민 등 수용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난민정책이 역풍에 휘말리자 참모들이 총출동했다. 국무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한 목소리로 바이든 대통령이 난민 수용 확대 공약을 지킬 것이라며 방어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반(反)이민정책 때문에 상황이 꼬였다는 지적도 했다. 미국 내 현실적인 난민 수용 인프라 부족, 개방적 이민정책을 둘러싼 논란으로 당분간 정치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ABC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월 난민 수용 인원을 6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며 “우리는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미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미국이 난민을 환영하는 나라가 되게 하고 (수용) 상한선을 올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2021 회계연도 난민 수용 인원을 1만5,000명으로 제한하는 긴급 재가에 서명했다가 반발을 샀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축소한 규모를 유지하는 차원이었지만 비판이 일자 백악관은 급히 진화에 나서야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렸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난민정책)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찾아낸 모든 난민 시스템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자원, 방법, 효과적인 절차 면에서 제대로 남은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임 행정부가 아프리카나 중동에서는 단 한 명의 난민도 들어올 수 없게 했던 제한을 없애는 것을 넘어 실제로 사람(난민)들이 올 수 있게 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도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이날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난민들을 미국에 데려오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마련한 인프라를 검토하고 있다”며 “그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 4년간 파괴됐다”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고민은 난민정책 수정이 이민정책과 엮일 경우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멕시코 국경을 중심으로 미국 불법 입국자가 증가하고 이민자 수용 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난민 수용 확대를 이행할 준비도 안 돼 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난민을 데려오려면 난민 처리, 정착에 관여하는 기관과 난민을 받아들일 지역사회의 매우 광범한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난민들을 질서정연하게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인프라를 재건해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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