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케이프타운 화재... '문화유산'까지 집어 삼켰다

입력
2021.04.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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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방화 추정

남아프리카공화국 입법 수도 케이프타운 인근 테이블마운틴 국립공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불길이 시내까지 덮쳐 문화유산까지 화마에 휩싸였다.

18일(현지시간) 오전 테이블마운틴 동쪽 기슭에서 시작된 이번 화재는 영국 식민지시대 초대 총독인 세실 로즈 기념탑으로 옮겨간 뒤 인근 케이프타운대학교(UCT) 캠퍼스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로즈 메모리얼 안 식당이 불타고 UCT 건물 일부가 손상을 입었다. 학생 기숙사도 화재 사정권에 들어가 학생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지만, 다행히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유산 파괴도 잇따랐다. 영국 식민지배 이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가 남아공에 터를 잡았던 1796년에 건립된 농장 풍차 방앗간 유적인 ‘모스터트밀’이 이번 화재로 불탔다. 희귀본 도서를 소장하는 UCT 재거 도서관도 불길을 피하지 못해 최소 두 개 층이 피해를 봤다고 현지 매체 ‘아이위트니스뉴스’는 전했다. 다만 서고 방화문이 작동되면서 대부분의 서적은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원인은 노숙인들의 방화로 추정된다. 남아공 국립공원 당국은 초기 보고서에서 노숙인들이 우연히 불을 냈다고 밝혔지만, 고의 방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필립 프린스 테이블마운틴국립공원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의도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남아공 온라인매체 ‘사우스아프리칸’에 말했다. 일부 매체는 방화범 추정 인물들이 수사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완전 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안톤 브레델 웨스트케이프주(州) 장관은 “헬리콥터 4대와 소방관 150여명을 동원해 화재 진화를 하고 있으나 고온건조한 날씨 탓에 불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 작업 도중 소방관들도 최소 두 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어 후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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