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야권통합? 안철수·윤석열 인기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

입력
2021.04.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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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초선 쇄신파 김웅 의원 인터뷰
"야권통합 쇄신이라 여기는 건 상상력 부족"
"야당 능력 키워야 민주당도 긴장하고 자성"
"당 간판 인물 바꾸고 새로운 비전 얘기해야"


"야권통합에만 매달리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기가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은 최근 '통합'과 '쇄신'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목소리를 키우는 초선 의원 중 당권 도전을 고려 중인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은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강론'을 강조했다. 야권통합보다는 쇄신을 통한 당 내부의 힘을 우선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재보선 승리를 '야권통합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로 읽는데, 상상력 부족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이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내년 3월 대선에선 다시 패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초선들이 얘기하는 '쇄신'은 무엇인가.

"당의 의사·정책결정 구조를 변화시키고, 공천 과정을 개혁해서 다양한 목소리가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 정강·정책 내용은 좋다. 합리적 중도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았고 국민들도 변화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얘기를 해야 '쇄신'이 된다."

-국민의힘 초선들 평균 연령은 56세다. '낡은 보수'를 대체할 수 있나.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치에 오래 몸담아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처럼 개혁적으로 사고하고 시대를 읽어내는 분도 있다. 현재 당에서 '미래'를 얘기하는 그룹이 초선이다. 지금도 당에선 재보선 승리를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로 읽는데, 상상력 부족이다. 인물이 바뀌어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재보선 승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은 60%에 달했지만 현재 당 지지율은 30% 안팎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대안정당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이 능력을 길러야 민심을 제대로 얻을 수 있다. 보수가 쇄신과 개혁을 한다는 민주당과 확실히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힘이 능력 있는 야당이 돼야 민주당도 긴장하고 자성하게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을 지지한 20대 표심의 의미는.

"문재인정부 정책은 40대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40대는 아파트값 폭등으로 평균 이상 자산을 소유하고,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삶의 여유도 갖게 됐다. 하지만 20대에게 유리한 정책은 없으니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20대 남성과 여성의 득표율 격차를 얘기하는데, 핵심이 아니다. 20대 여성 40%도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20대의 일자리와 집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이다."

-야권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국민의힘에서 크게 들린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으로 야권통합을 했다. 그래도 총선에서 참패했다. 새누리당, 자유한국당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니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야권통합에 매달리는데 만약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기가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 밖에서 데려올 인물이 없으면 당은 굶어야 한다는 얘기인가."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두각을 드러내는 인사가 없다. 그래서 윤 전 총장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윤 전 총장은 결국 국민의힘으로 올 것이다. 그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보수의 이념이나 가치와 동일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이 불공정과 불의라고 보고 수사한 두 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을 배출한 당이다. 국민의힘이 얼굴을 바꾸고 쇄신해야 윤 전 총장이 들어오는 게 쉬워진다."

-초선 당 대표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저뿐 아니라 초선들이 당 지도부에 입성해 당이 달라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중이다."

-차기 당 대표의 가장 큰 과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다. 초선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치 경험이 제일 많은 분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그런데 당이 자강해야 한다며 김 전 위원장을 쫓아내지 않았나. 초선은 경험이 없다는 말은 모순이다. 초선은 오히려 계파싸움에서 자유롭다. 운신의 폭이 넓으니 다양한 요구들을 잘 꿰어낼 수 있다."

-당 대표가 된다면 어떤 국민의힘을 만들고 싶나.

"보수 정당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싶다. 자유, 책임, 기회균등, 다양성이 보수가 지켜야 할 원칙이다. 공공주도 공급에 한계가 온 부동산 정책은 민간과 함께 간다는 원칙 아래 정책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청년들이 정치 현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려면, 당이 문턱을 낮추겠다던 약속을 지키면 된다. 원칙을 지키고, 답을 만들어내는 보수 정당을 만들고 싶다."

-국민의힘 의원으로 보낸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법이 반민주적으로 통과됐는데 야당은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아파트값만 올리고 전세 난민을 만든 부동산 관련법,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악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이 통과되는 걸 지켜봤다. 국민들께 죄송스러웠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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