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반성 부르짖더니... '도로 친문당' 된 민주당

입력
2021.04.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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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정권 심판론이 여전한 가운데 당내 '반성'과 '쇄신' 요구는 쏙 들어갔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분출했던 '친문재인계 일선 후퇴' 요구도 친문계의 '질서 있는 변화' 주장에 가려 온데간데없는 분위기다. 재보선 이후 열흘 남짓 만에 당심과 민심의 간극이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론조사에선 여전한 '정권 심판론'

민주당 일각에선 재보선 참패로 정권을 향한 공분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회초리를 세게 맞은 만큼 바닥을 찍고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그러나 이는 '희망적 사고'로 확인됐다.

16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3월 셋째 주 37%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월 첫째 주 32%에 이어 재보선 이후인 4월 셋째 주 30%를 기록해 하락세가 이어졌다. 30%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15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합동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5%로 전주(40%) 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합동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정권 심판론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친문계 주류가 밀어붙였던 △부동산정책 실패 △입법 독주 △내로남불 논란 탓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재보선 참패에도 당내 '친문계 책임론'은 금기어가 됐다. 2030대 초선 의원들은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문을 썼다가 강성 친문계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인적 쇄신의 바로미터였던, 원내대표 선거에선 친문계 핵심인 윤호중 의원이 16일 당선됐다.


친문 "쇄신을 하더라도 우리가 잘한다"

민주당이 민심과 다르게 '도로 친문당'으로 향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정권 말 위기 상황에서 친문계의 '질서 있는 쇄신'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를 경험한 한 중진 의원은 "친문계는 2017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룬 경험이 있다"며 "차기 대선을 앞둔 위기 상황에서는 주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파 갈등에 대한 트라우마를 강조해 '친문계 책임론'을 희석시킨 측면도 있다. 당 내 "선거 패배는 당정청 모두의 책임이다" "친문·비문계 구분은 실체가 없다" 등의 주장은 같은 맥락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친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의 분열로 몸살을 앓다 2007년 대선에서 대패한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들도 당내 경선만을 의식한 나머지 민심보다 당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쇄신 논의에서 한발짝 거리를 두고 있고, 이낙연 전 대표는 "우리 내부의 분열주의적 기류를 억제하며 서로를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당의 대표주자로 나서기 위해서도 민심 수습에 대한 고민보다 강성 친문계 지지층부터 확보해 두겠다는 의도다.


당심만 따르다 대선서 부메랑 될라

다만 민심보다 당심을 좇는 분위기가 내년 대선에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이 회초리를 들고 반성을 요구하는데 당은 질서 있는 쇄신을 운운하며 버티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의 실망이 누적되면 대선 때 아무리 쇄신을 약속한들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다음 달 2일 전당대회에서 친문계에 대한 견제 심리가 점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마저 주류인 친문계가 장악할 경우 그만큼 변화와 쇄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당대회 특성상 이 같은 견제가 결과로 나타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