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주목 받지 못한 프리미엄 EV, 재규어 I-페이스 EV400 HSE 시승기

입력
2021.04.18 12:30

최근 전세계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들이 적극적인 태도로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대중 브랜드는 물론이고 여러 프리미엄 브랜드들 역시 다양한 전기차 및 전기차에 대한 비전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보다 빠르게 제시했던 존재 중 하나가 바로 재규어라 할 수 있다.

실제 재규어 I-페이스는 제법 이른 시점, 국내 시장에 데뷔한 프리미엄 EV이며 성능 및 디테일 등에 있어서조 ‘프리미엄 모델’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내 실적은 사실 그리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2021년 봄, 아쉬움이 가득한 프리미엄 EV, 재규어 I-페이스를 다시 마주했다.

재규어 브랜드에게 있어 최초의 전기차인 재규어 I-페이스는 완전히 새로운 ‘세그먼트’를 제시한다. 재규어 I-페이스는 4,682mm의 전장으로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2,011mm의 넉넉한 전폭을 자랑한다.

참고로 전고는 1,565mm으로 미묘한 수치를 제공, 넉넉한 여유와 세련된 실루렛을 동시에 추구한다. 덧붙여 전장 대비 상당히 긴 2,990mm의 휠베이스를 자랑한다. 전기차의 특성 상 무거운 배터리를 장착하며 공차중량은 2,285kg에 이른다.

재규어 아이덴티티를 품은 재규어 I-페이스

재규어 I-페이스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로 개발되었지만 ‘전기차’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보다는 ‘재규어 브랜드’ 본연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효과적이고, 또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실제 독특한 차체의 실루엣 위에는 재규어 고유의 감성을 누릴 수 있는 각종 요소들이 곳곳에 적용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이러한 모습은 일반적인,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차의 경우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 대비 더욱 미래적이고, ‘전기차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연출을 더하는 것과 확연히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 재규어 I-페이스의 전면 디자인은 말 그대로 재규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프론트 그릴’의 연출은 물론이도 더블 J의 디테일을 품고 있는 헤드라이트는 말 그대로 최신의 재규어 디자인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매력적인 보닛 라인 역시 차체의 볼륨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와 함께 검은색 외장 컬러로 인해 ‘디테일의 매력’이 도드라지지 않은 편이지만 바디킷 곳곳에 검은색 디테일을 더해 차체의 선명한 대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더욱 세련된 모습, 그리고 차량이 낮게 깔린 듯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측면에서는 재규어의 슈퍼카, 고전의 차량 등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실루엣을 느낄 수 있으며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투톤 알로이 휠, 그리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차체를 통해 ‘재규어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후면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느낌이 있지만 날렵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유닛과 깔끔한 실루엣, 그리고 스포티하면서도 풍부한 볼륨감을 제시하는 바디킷이 완성도를 높인다. 게다가 스포티한 리어 스포일러, 그리고 리어 디퓨저의 적용을 통해 후술될 주행 성능을 기대하게 만든다.

재규어의 가치에 미래를 얹다

재규어 I-페이스의 실내 공간 역시 외형과 같은 ‘재규어 본연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실제 실내 공간의 기본적인 구성에 있어서도 전용의 디테일 일부가 더해진 것을 제외한다면 여느 재규어 차량들과 다름이 없는 모습이다.

입체적인 연출로 세련된 감성을 제시하는 스티어링 휠과 재규어 특유의 디지털 클러스터, 그리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센터페시아는 ‘재규어의 정형화된 연출’로 느껴진다. 대신 공조 컨트롤 패널, 버튼식 기어 시프트 패널 등을 통해 미래적인 이미지를 더해 ‘전기차의 가치’를 살리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게다가 시승 차량으로 마련된 재규어 I-페이스는 이전에 시승했던 차량들과 달리 붉은색 가죽이 사용되어 더욱 선명한 대비로 보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최근 뉴 XF 등을 통해 공개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무척 돋보이지만 재규어 I-페이스의 시스템 역시 충분한 모습이다. 실제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내비게이션은 물론 다양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며 한글화 역시 수준 높은 퀄리티를 보장해 사용성의 매력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실내 공간에는 공간 가치를 살리는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일상, 주행 상황에서 높은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재규어 I-페이스의 전장은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실제 재규어 I-페이스의 1열 공간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시트와 함께 만족스러운 레그룸과 낮은 전고에도 충분한 헤드룸이 제시된다. 이와 함께 글래스 루프가 더해져 ‘개방감’ 또한 한층 우수한 모습이다.

만족스러운 1열 공간 대비 2열 공간은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실제 휠베이스 때문에 2열 공간이 넉넉할 것이라 생각되었지만 막상 도어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시트가 앞쪽으로 배치되어 레그룸이 그리 여유롭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시트의 만족감, 그리고 글래스 루프 적용으로 개방감 및 헤드룸은 만족스러웠다.

적재 공간은 충분히 여유롭다. 실제 재규어 I-페이스의 트렁크 게이트를 들어 올리면 656L의 공간이 깔끔한 매력과 함께 드러난다. 공간 자체가 워낙 깔끔하게 다듬어진 탓에 공간의 활용성 및 사용성이 기대되었다. 게다가 2열 시트가 분할 폴딩을 지원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더욱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

우수한 성능을 제시하는 프리미엄 EV

재규어 I-페이스의 매력 중 하나는 단연 ‘우수한 성능’에 있고, 실제 이러한 성능을 과시하듯 ‘재규어 I-페이스 e-트로피’로 명명된 원메이크 레이스가 펼쳐지기도 했다.

동기식 전기 모터를 전륜 액슬과 후륜 액슬에 배치해 환산 출력 400마력과 71.0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재규어 I-페이스의 듀얼 모터 시스템은 재규어의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은 물론 어댑티브 노면 반응 시스템(AdSR)를 적용한 AWD 시스템과 조합되어 우수한 운동 성능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재규어 I-페이스는 정지 상태에서 단 4.8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200km/h에 이른다. 다만 90kWh 크기의 배터리에도 주행 거리가 333km에 불과한 점과 공인 전비가 3.5km/kWh(도심 3.5km/kWh 고속 3.4km/kWh)인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드라이빙의 매력을 선사하는 프리미엄 EV

재규어 I-페이스와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곧바로 붉은색의 가죽, 그리고 재규어 I-페이스 특유의 디지털 클러스터, 스티어링 휠 등이 제시하는 ‘감각적인 만족감’에 미소를 짓게 된다.

특히 여느 전기차들과 비교할 때에도 더욱 스포티하게 다듬어진 시트, 그리고 ‘브리티시 스포츠카’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스티어링 휠의 파지감은 이후 이어질 운동 성능 및 주행 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생각보다 부드럽게, 그리고 유연하게 전개되는 출력을 느끼게 된다. 제원 상 400마력, 그리고 71.0kg.m의 토크를 자랑하는 만큼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과 함께 강력한 힘이 분출될 것이라 생각한 것에 비해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 덕분에 프리미엄 EV 특유의 ‘높은 출력’이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운전자 모두가 만족감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게다가 이 상태에서 조금만 더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풍부한 출력’이 한껏 전개되어 ‘성능의 매력’을 누릴 수 있어 그 부분도 만족스러웠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변속기는 ‘주행’의 유무 결정할 뿐 어떤 변속의 질감, 변속 속도 등의 평가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신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확연한 주행 질감 차이를 누릴 수 있도록 해 운전자의 성격, 성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른 출력 반응이 앞서 설명한 것보다 더욱 날카롭고 기민하게 전개되었다. 이를 통해 ‘400마력과 71.0kg.m의 토크’를 가진 I-페이스의 즐거움을 한껏 누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재규어 I-페이스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주행 품질에 있다. 실제 재규어 I-페이스는 기본적으로 단단하게 조여진 차체와 프리미엄의 브랜드의 경험이 담겨 있는 우수한 하체의 셋업, 그리고 성능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차량을 다룸에 있어 스티어링 휠의 조향 질감이나 무게감 등은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도록 구성된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일상적인 상황에서 ‘만족감 높은 주행’을 선사하는 모습이다.

실제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 위에서는 말 그대로 재규어의 고급스러운 차량들이 선보였던 수준 높은 드라이빙을 고스란히 제시한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 장거리 주행에서의 운전자 및 탑승자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지 않은 상태로 지속적인 만족감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물론 노면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견고하게 조여진 차체의 질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큰 충격이나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감안하고,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주행 템포를 높이기 시작하면 또 다른 매력이 제시된다. 앞서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 질감을 선사했던 것과 달리 빠른 템포, 특히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재규어의 세단 모델에서 마주했던 ‘역동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히 우수한 제동 성능, 그리고 경쾌한 스티어링 휠 조향 반응 등 다양한 부분에서 우수한 만족감을 제시하며 2,285kg에 이르는 제법 무거운 무게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물론 차량의 무게 자체가 워낙 무거운 편이기 때문에 때때로 무게의 부담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시승 내내 충분히 즐겁게, 매력적인 주행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한편 시승을 하면서 재규어 I-페이스와 함께 자유로 주행을 하며 그 효율성을 확인했다. 약 34분의 시간 동안 88km/h의 평균 속도로 약 50.4km의 거리를 달렸고, 트립 컴퓨터에는 208Wh/km의 기록이 새겨졌다. 참고로 이를 환산하면 약 4.8km/kWh로 아주 뛰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개선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점: 우수한 패키지, 뛰어난 운동 성능, 그리고 프리미엄 EV의 가치

아쉬운점: 성능, 패키지, 가격 대비 다소 아쉬운 주행 거리 및 효율성

매력적인 프리미엄 EV, 재규어 I-페이스

시승을 마치고 난 후 느낀 재규어 I-페이스는 말 그대로 프리미엄 EV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매력이 시장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의 시승을 통해 ‘재규어 I-페이스’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재규어는 조금 더 재규어 I-페이스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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