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하는 등 각료와 청와대 인사 쇄신을 단행했다. 친문 인사를 고집하지 않고 통합과 성과를 추구하겠다는 뜻이 보인다. 국정 운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쇄신 인사라기보다는 남은 1년 임기를 마무리할 실무형 인사라 하겠다. 모쪼록 남은 1년간 민생에 주력해 성과를 내기 바란다.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통합형 정치인’이라며 “코로나 극복, 부동산 부패 청산,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의 비주류로서 지역과 여야를 아우르는 포용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청와대 정무수석에 비문인 이철희 전 의원을 기용한 데에도 비슷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는 이날 “4·7 재·보선의 민심을 잘 헤아리고 아닌 것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다시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30%)를 기록한 것을 봐도 민심을 읽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그 밖의 신임 장관, 청와대 참모진은 대체로 관료·전문가들로 채워졌다. 노형욱(국토교통부) 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승욱(산업통상자원부) 안경덕(고용노동부) 박준영(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들이 그렇고, 이태한 신임 사회수석, 신설된 방역기획관에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등 참모진도 마찬가지다. 업무 공백 없이 코로나19 극복과 복지정책 실행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유임되면서 개각은 미완으로 남았다. 그간 경제분야에서 당정청 간 엇박자가 많고 방향 수정이 요구됐던 것을 감안하면 홍 부총리 교체가 마무리돼야 할 것이다. 안정되려다 다시 들썩이는 집값, 코로나19로 인한 취약계층의 위기를 살피는 데에 전념하기 바란다.
개각, 청와대 인선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친문 윤호중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며 쇄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윤 의원은 104표를 얻어 65표를 득표한 비주류 박완주 의원을 이변 없이 이겼다. 윤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철저히 반성하고 혁신해서 유능한 개혁 정당이 되겠다”고 했지만 앞서 조국 사태에 선을 긋고 검찰개혁의 계속 추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보선 참패 후 반성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 일방적 개혁, 독주, 위선과 오만 등에서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일지 의문이다. 당과 정청이 제각각 행보를 보일 소지도 있다.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로운 지도부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