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 간 만남을 두고 야권에서는 신당 창당을 논의했는지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 나섰던 금 전 의원이 최근 ‘제3지대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고, 선거 승리를 이끈 김 전 위원장은 당을 떠나자마자 국민의힘을 연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1시간가량 회동한 김 전 위원장은 신당 창당을 묻는 질문에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뭐 하려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느냐"라고 되물으면서 "나는 정치를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도 "(김 전 위원장께) 여러 가지 말씀을 드렸고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면서도 자세한 대화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두 사람의 만남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도 관련이 있다. 금 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 전 위원장도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총장직을 내려 놓은 직후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잔뜩 경계하는 눈치다. 당권 도전에 나선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제3지대 논의 가능성에 대해 "역사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라고 했고,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3지대가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은 김 전 위원장의 한 달도 안 된 어록 속에 있다"며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자칫 김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이 현실화할 경우,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유력한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야권 재편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 함께 움직인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전 위원장 측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제3지대론에 대해 부정적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윤 전 총장이 직접 도움을 요청할 경우 당 밖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줄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