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항의 견딜 수 없어서..." 택배노조, 고덕동 아파트 문앞 배송 재개

입력
2021.04.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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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乙)의 한계다. 택배차량 지상 출입 문제로 문 앞 배송이 중단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다시 문 앞 배송이 시작됐다. 택배노조 측은 "주민 민원이 거세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는 16일 고덕동 아파트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단지 앞 배송에 참여한 택배 노동자에게 과도한 비난 문자와 전화가 쏟아져 기사들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며 "조합원(택배 기사)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다시 문 앞 배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택배차량에 대한 지상 출입을 제한하고 지하주차장으로만 다닐 것을 요구한 이 아파트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택배노조는 지난 14일부터 단지 입구까지만 택배 물품을 배송했는데, 이를 이틀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이와 함께 택배노조는 항의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주민으로 보이는 이는 택배 기사에게 "이후 택배 못 받은 것에 대한 손해 발생에 대해 청구하겠다"며 "왜 좋은 기사들 끌어들여 피해를 주나. 참 못됐다"고 비판했다. 또 "앞으로 아파트 단지 입구로 배송된다면 오배송으로 수취 거부 및 신고할 것"이라며 "본사에도 같은 내용으로 계속 민원 넣겠다"는 뜻을 밝혔다.


택배노조 측은 "공개한 문자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의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고, 이에 기사님들이 상처를 받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앞 배송은 재개하지만, 택배노조는 아파트 입주민을 향해 택배 기사들의 고충을 알리는 취지로 농성을 시작한다. 노조는 또 CJ대한통운 소속 조합원 등을 추가 설득해 입구 배송을 재개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일반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출입을 제한한 이 아파트는 주차장 높이가 2.3m에 불과해 평균 2.7m에 달하는 일반 택배 차량은 주차장 진입이 안 되고 저상 택배차량(높이 2.3m)만 진입할 수 있다. 택배노조는 저상 차량이 택배 노동자의 부상을 야기하는 등 건강권을 위협하고 개조 비용도 고스란히 기사 개인의 몫이라며 아파트 측에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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