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국제 사법기구 제소 방침과 관련해 "외교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제소'가 아닌 일본 압박을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는 뜻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5일 "일본에 대한 외교적 설득과 태평양 연안국과의 공조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며 "그 과정에서 사법적 대응 여부도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잠정 조치'를 포함해 제소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와 잠정 조치는 유엔해양법협약을 근거로 한다. 해당 협약 제 194조 2항은 '해양 오염이 자국 밖에 확산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문제는 일본 측의 오염수 방류가 한국에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본 측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는 한 이를 입증할 근거 확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핵종 △농도 △방류 기간 △방류 총량 등의 정보 제공을 요구해 왔지만 일본은 응하지 않고 있다. 피해 입증의 근거가 될 대부분의 정보를 일본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승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잠정 조치'도 실효적 해결책이 될지 불투명하다. 협약 제290조는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각 분쟁 당사자의 이익을 보전 또는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한국의 피해가 인정될 경우 가능하다. 이기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잠정 조치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지연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가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는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카드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일본 측의 정보 공유 의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방류 과정의 투명성과 관련해 일본에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입장에선 한국에 제공한 정보가 제소 준비를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법적 대응 카드가 정보 차단의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배경에서 외교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정보 공유에 무게를 두고 있다. IAEA 검증단에 한국 측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한편, 일본이 제공하지 않는 정보에 대해선 IAEA에 요청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 측 전문가 참여와 관련해 "IAEA 측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2년의 시간은 외교의 시간, 과학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 중심에는 IAEA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4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검증단 구성과 관련해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전문가를 초빙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등 주변국의 전문가 참여를 검토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