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말보다 정책' 행보를 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측근 국회의원을 통해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책 점수를 쌓고 있다. 대선 본선 경쟁력을 비축하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이 부동산 민심의 심판을 받아 재보선에서 진 만큼, 이 지사는 부동산 정책으로 직진했다. 친이재명계 이규민 민주당 의원은 '분양형' 기본주택 도입을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14일 발의했다. 이 지사가 '이재명 표' 부동산 정책으로 미는 기본주택의 두 번째 근거 법안이다. 이 의원은 올해 2월 무주택자면 누구나 30년 장기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무주택자면 소득, 자산, 나이 등 자격 제한 없이 토지임대부 주택을 준다는 게 분양형 기본주택의 개념. 공공 부지에 지어 분양가를 낮추고 투기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이 지사 측은 설명한다. 분양형 기본주택은 전매제한 기간이 10년으로 일반 토지임대부주택(5년)보다 길고, 공공주택사업자에게만 매매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노동 분야 정책 일정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를 연다. 여권 의원 41명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활발한 정책 행보와 달리 최근 이 지사가 작심하고 내는 공개 메시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평소 하루에 1개 이상 페이스북에 글을 썼던 이 지사는 8일 재보선 참패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 뒤 일주일째 SNS에서 두문불출 중이다. 13일 경기도청에서 민주당 차기 당 대표 후보들을 만나서도 "국민의 뜻이 곧 당의 뜻이 돼야 한다"는 당부만 남겼을 뿐, 현안 언급은 자제했다.
여기엔 선거 패배에 대한 '친문재인계 책임론'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친문계가 한껏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발언 하나가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친문계의 마음을 제대로 사지 못한 처지다. 이 지사의 측근 의원은 1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한마디만 해도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시기다. 그래서 민생과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려는 게 이 지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