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택배 갈등을 두고 15일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택배 기사 옹호론과 주민 옹호론이 치받는 상황 속, 대다수는 이용자들은 '애초에 왜 건설사가 층고를 낮게 지었나'며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아파트 입구에 800여개의 택배를 쌓아두고 주민들에게 직접 물건을 찾아가도록 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1일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자, 택배 노조가 "전형적 갑질 행위"라며 반발한 결과다.
문제는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높이가 2.3m에 불과해 '저상 차량이 아니면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데서 불거졌다. 택배노조는 "저상 차량으로 개조하더라도 150만원 상당의 비용을 택배기사 개인이 부담해야 하고, 화물칸이 낮은 트럭은 물건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허리에 부담이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상 차량이 화두가 되자,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상 차량 배송은 택배기사의 수입 문제와 직결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현직 택배 기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6시부터 12시까지 물건 나오는 걸 기다려 12시부터 배송을 하는데, 과연 누가 (배송량의) 절반도 못넣는 차를 사서 절반만 돈을 벌겠나"고 말했다.
그는 기존 차량이면 월 400만~500만원 선으로 벌 수 있지만, 저상 차량은 월 200만~250만원으로 수입이 절감한다며 "대단지 아파트는 세번은 왔다갔다 하면서 날라야 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해당 글에는 "본인 아이들은 걱정하면서 택배 노동자는 노예로 부린다"는 등 아파트 입주민의 이기심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그 중에는 "도서·산간 지역처럼 저상 차량만 출입가능한 곳은 운송료를 높여야 한다", "주민들이 돈을 부담해 주차장 층고를 높여야 한다"며 입주민들이 권리를 누리는만큼 추가 비용을 지불하라는 식의 댓글들도 있었다.
여기에 '아파트 입주민 단체 대화방에서 택배기사를 비방했다'는 보도까지 전해지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입주민들에게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줄잇고 있다.
반면 주민들을 옹호하는 이들은 일명 '택배산성'에 동참한 택배 회사가 두 군데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이용자는 "1년 동안 협의한 끝에 해당 구역 다른 택배사들은 바뀐 환경에 맞게 저상차로 바꿔서 지하배달 해준다"며 "해당 아파트는 택배 노조가 주도한 여론몰이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같은 커뮤니티의 또 다른 이용자는 "택배 노조가 해당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지고,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아파트 179개를 리스트업 한 상태다. 고덕동 아파트가 지상 출입을 허용하면 또 다른 곳도 똑같이 해야 한다"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들 중에선 "결국 주민들은 저상 차량으로 지하 배송해 주는 업체만 찾게 될 것"이라며 시장 논리에 따라 저상 차량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양쪽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주차장 층고를 낮게 지은 시공사나 정부의 근시안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문제제기도 적지 않았다.
앞선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일단 원흉은 2.3m 층고 허가를 내준 행정당국이다. 아파트 지상을 공원형으로 만들면 무슨 일이 있을지 예상 가능하지 않나"고 꼬집었다.
한 온라인 쇼핑 커뮤니티 이용자는 "2018년 법이 개정된 이후 지하 층고를 2.7m로 조정했지만, 최소한 3m 이상으로 높이를 상향시켜야 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천장에 달린 구조물 때문에 2.7m라도 실 층고는 2.4~2.5m가 돼서 택배탑차가 못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택배기사들이 저상 차량을 이용할 경우 근무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물건을 덜 실을 수밖에 없어서 근처 다른 주거 지역에도 피해가 간다"는 지적도 더했다. 그러면서 "건설 비용이 월등히 높겠지만 지하에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는만큼 소방차량도 들어갈 수 있게 더 높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앞서 유사한 논란이 있었던 아파트 거주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결국 서로 양보하며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저희 아파트도 공원형이지만 저상택배차량은 지하로 가고 통과 불가능한 택배차는 지상운전을 허용한다"며 "한쪽에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기 보다 서로 양보해 가며 해결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주민 안전 문제와 택배기사 생계 모두 양보 불가능한 사안이다. 단지 내에 별도 배송 업체를 두는 게 최선"이라며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