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진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총격사건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 대상 증오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법적ㆍ제도적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미 의회는 법 제정에 착수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담 보직을 새로 만들었다. 증오범죄가 당장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 평가할 만하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던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은 입법 초읽기에 들어갔다. 상원은 14일(현지시간) 법안에 대한 표결 진행 여부를 묻는 ‘절차 투표’를 진행해 찬성 92표, 반대 6표의 초당적 지지로 해당 안을 최종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찬성표가 60명 이상 나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증오범죄 방지법에 미온적이었던 공화당이 입장을 바꾸면서 입법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법안에는 증오범죄 온라인 신고를 허용하고 사법당국의 신속한 범죄 처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을 발의한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민주당)은 “아시아ㆍ태평양계 공동체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날 표결 결과는 의회가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상원은 금주 중 법안을 가결할 예정이다.
의회 노력에 화답하듯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아시아ㆍ태평양계 고위 연락책에 에리카 모리스구 미 국립여성ㆍ가족파트너십(NPWF) 부대표를 내정했다. 모리스구는 아시아계 여성인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법무보좌관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택ㆍ도시개발부에서 차관보로 일했다.
이번 인사는 애틀랜타 참사 후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아시아계 보호 조치의 일환이다. 지난달 덕워스ㆍ히로노 의원은 인종적 다양성에 부합하지 않는 인준을 거부하겠다며 아시아ㆍ태평양계 고위 연락책 신설을 강력히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아시아태평양코커스 소속 의원들을 만나 관련 대책도 논의한다.
‘풀뿌리 교육’을 시작한 곳도 있다. 일리노이주 하원은 14일 공립학교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를 가르치도록 한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 역사 교육법’을 찬성 98표, 반대 13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22~2023년 학기부터 공립 초등ㆍ고교 정규교육 과정에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 관련 단원이 포함된다. 법안이 주 상원 문턱마저 넘으면 일리노이는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를 정식으로 가르치는 첫 번째 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