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로나 백신 경쟁 최종 승자는 화이자?

입력
2021.04.15 19:00
EU 화이자 백신 5,000만회분 조기 공급 
2023년까지 18억회분 공급계약 협상도
AZ·얀센 부작용 논란, 빈자리 채운 화이자

전 세계 제약사가 뛰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가 승기를 잡은 걸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기댔던 유럽연합(EU)도 화이자 제품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공급 정책을 전환했다. ‘혈전’ 부작용과 공급 지연 등 계속 말썽을 일으킨 AZ 백신에 더해 얀센 백신마저 접종 중단 사태에 직면하자 화이자 백신의 주가가 더욱 더 뛴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 5,000만회분을 계획보다 빠르게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래 연말까지 회원국에 배포할 예정이었지만 상반기 안에 물량을 전부 풀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 2023년까지 화이자 백신 18억회분을 구매하기 위한 협상도 시작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가치가 입증된 기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화이자 백신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번 발표는 화이자ㆍ모더나와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 제품을 EU 백신 공급 정책의 축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EU는 모더나와도 추가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고 같은 방식으로 개발된 큐어백 백신도 역시 올 여름까지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은 크게 mRNA 백신과 전통 방법으로 개발된 바이러스 벡터 백신으로 나뉜다. AZ와 존슨앤드존슨의 얀센이 후자에 해당한다. 이들 백신에서 최근 혈전 부작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접종에 제동이 걸리자 경쟁의 무게추가 mRNA 백신 쪽으로 확 쏠린 것이다.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AZ 백신 사용을 완전히 중지시켰다. 특정 연령에 한해 AZ 백신 접종을 중단한 독일 등보다 강경한 조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새롭게 시도된 mRNA 백신이 믿음을 얻기 시작하면서 바이러스 벡터 방식은 ‘2군 백신’으로 밀려났다”고 단언했다.


EU만이 아니다. 화이자는 최근 얀센 백신 접종을 중단한 미국에 내달까지 계약한 물량보다 10%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모더나도 미국에 7월 말까지 총 2억회분을 더 전달하기로 했다.

물론 AZㆍ얀센 백신이 완전히 밀려난 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보건당국이 여전히 부작용 위험보다는 접종 이득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낮은 가격과 보관 용이성 등 분명히 강점이 있다. 더구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을 위해선 지구촌에 가급적 많이, 또 빨리 백신을 공급해야 해 AZ 백신을 마냥 내칠 수는 없다. EU 역시 기존에 주문한 AZㆍ얀센 백신 물량을 취소하지 않았고 프랑스는 얀센 백신 접종을 계획대로 진행키로 했다. 한 외교관은 폴리티코에서 “얀센 등 다른 백신 접종을 너무 빨리 멈춰선 안 된다”며 “우리는 과잉반응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판단은 (전문기관인) 유럽의약품청(EMA)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