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그날'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21.04.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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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에 묶여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살아남은 게 너무 고통스러워 몇 번이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배 속에 갇혀 살려 달라고 울부짖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다. 이 깊고 어두운 구멍에 끝은 있는 것일까.

‘홀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는 세월호에서 학생 20여 명을 구해 ‘파란 바지 의인’이라 불렸던 김동수씨와 가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려낸 만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이야기는 많이 다뤄졌던 데 비해 세월호 생존자, 특히 단원고 학생이 아닌 일반 생존자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기록되고 덜 기억됐다는 점에서 책은 공백을 메운다.

작품에서 그는 생존자 ‘민용’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화물차 기사였던 ‘민용’은 살릴 수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던 그날의 진실을 또렷이 기억한다. 제목 ‘홀’은 배가 직각으로 기울어지면서 선체 내부 중앙의 홀이 낭떠러지로 변했던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도 그는 홀에 갇힌 사람들을 소방호스로 끌어당겨 구조하다 정신을 잃었다. “더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고 절규했지만, 들어주는 이는 없었고, 배 안에 갇힌 304명은 끝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 이후 생계수단까지 잃은 민용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혼자만 살아 왔다는 미안함, 왜 더 구하지 못했을까 하는 죄책감,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가의 잘못을 민용은 온몸으로 떠안았다. 수차례 시도한 자해로 몸도 마음도 망가지면서 자상했던 남편, 아빠는 점점 사라져갔다. 책은 민용뿐 아니라 민용의 아내, 민용의 두 딸이 겪은 아픔을 이야기하며, 재난의 피해가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 공동체로까지 연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용 가족의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 생존 피해자 172명의 고통이자, 그날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고통이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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