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모텔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생후 2개월 딸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20대 아버지가 "화가 나서 아이를 탁자에 세게 내려놓는 과정에서 머리를 부딪혔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27)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이날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영장실질심사는 정우영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며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12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된 딸 B양을 학대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다음날인 13일 0시 3분쯤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B양의 가슴을 압박하는 등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B양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팔과 다리에서는 피부가 푸른색을 띠는 청색증이, 코 안에서는 출혈이 보였다.
소방당국으로부터 공동 대응 요청을 받은 경찰은 B양의 머리에서 멍자국을 발견하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B양은 초기 검사에서 두개골 골절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이후 정밀 검사에서 골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뇌출혈 증상을 보인 B양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등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딸을 들고 있다가 실수로 벽에 부딪혔다"며 아동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이후 혐의를 일부 자백했다. 그는 경찰에서 "아들이 보채, 안고 있던 딸을 탁자에 내려놓는 과정에서 자꾸 울어 화가 나 세게 내려놨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아내(22)와 B양의 오빠(2), B양과 함께 살다가 보증금 문제로 집 주인과 마찰을 빚고 나온 뒤 부평구 일대 모텔을 전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B양 어머니는 이달 6일 사기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가족과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아내가 구속된 뒤 인천 남동구 측에 두 자녀를 위탁할 곳을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위탁처를 찾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B양의 오빠는 사건 발생 후 시설에 맡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