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신임 부장검사들을 향해 “조직문화 개선에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원론적 발언이지만, 직접 수사 관행 시정 등 건강한 조직문화 정착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박범계식(式) 검찰개혁’을 다시금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사법연수원 34·35기 신임 부장검사 30여명을 상대로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 강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검사는 형사절차상 인권보호와 사법통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수사도 중요하지만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양성을 갖되 민주적 소통을 하고, 보편 타당한 객관성과 중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박 장관의 강연은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 발동이나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과 관련, 검찰과 마찰을 겪고 있는 최근 상황과 맞물려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신임 부장검사들에게 “(현안과 관련한) 설득이 아니라, 검찰개혁 방향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돕기 위한 자리”라는 점을 수 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신임 부장검사들은 박 장관을 상대로 '검찰 개혁'과 '검찰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장관은) ‘검찰 개혁의 구원투수’를 자처했는데 마지막 승부구가 무엇이냐" "조직문화의 변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등과 같이 박 장관의 '비전'을 묻는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결국 강연 시간은 예정된 45분을 훌쩍 넘어 총 1시간 25분가량 진행된 이후에야 마무리됐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 이슈로만 검찰개혁을 보지 말고,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의 관점으로 눈을 돌려 달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그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잘하는 이들이 제대로 (인사 등으로) 평가받는 것도 중요한 조직 문화의 개선"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의 이번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 방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가 지난해에만 세 차례 좌천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근무지를 찾은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한 검사장은 박 장관 도착 때 마중을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강연 이후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등 간부들이 참석한 만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강연 뒤 인근 청주여자교도소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현재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18년형이 확정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수감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