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도 서울을 연고로 둔 두 프로축구팀이 역사상 처음 맞붙은 ‘서울 더비’ 승자는 서울이랜드였다. K리그1(1부리그)에 속한 FC서울과 K리그2(2부리그)의 서울이랜드가 14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에서 만나 혈전을 벌인 끝에, 서울이랜드가 1-0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올해 대진표가 발표됐을 때부터 서울이랜드가 2라운드에서 승리하면 3라운드에서 기다리는 FC서울과의 대결이 예고돼 관심을 끌었는데, 서울이랜드가 지난달 27일 2라운드에서 K5리그 팀 송월 FC를 5-0으로 완파하며 서울 더비가 성사됐다. FC서울은 2004년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뒤 줄곧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써왔다. 서울이랜드는 2014년 송파구 올림픽주경기장을 안방으로 삼아 창단했다.
각각 서울의 북서부와 남동쪽을 대표하는 구단으로 자리잡았지만, 아직 두 팀의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서울이랜드가 2015년부터 K리그2에 참가한 이래로 한 번도 승격하지 못했고, FC서울은 강등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대결은 어떻게든 승자가 갈리고, 패자는 대회에서 탈락하는 맞대결이었기에 더 관심이 쏠렸다. FC서울은 K리그에서 기록하던 3연패 고리까지 끊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전반 10분이 지난 시점 FC서울은 조영욱이 부상으로 빠지고 정한민이 대신 투입되는 변수를 안았다. 정한민은 전반 29분 페널티 박스 내 오른족에서 위력적인 첫 슈팅으로 서울이랜드 골 문을 두드렸다. 전반 40분 이건희가 환상적인 오버헤드 킥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양한빈 골키퍼에 막혔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양팀은 후반 들어서도 첫 골을 위한 공방전을 이어갔다. 전반 14분 FC서울 홍준호가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을 맞았지만 선방에 막혔다.
‘서울 더비’ 역사적인 첫 골 주인공은 서울이랜드 레안드로였다. 레안드로는 후반 40분 곽성욱의 코너킥이 바운드 돼 튀어나온 공을 김진환이 헤딩으로 넘겨주자, 이를 골문 바로 앞에서 헤딩 슛으로 밀어넣었다. 승기를 잡은 서울이랜드는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후반 45분엔 FC서울 홍준호의 헤딩 슛이 서울이랜드 골 문을 위협했으나 문정인 골키퍼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정정용 서울이랜드 감독은 승리 후 "올해는 우리가 도전하는 입장에서 서울 더비를 했다면, 내년엔 동등한 입장에서 경기하고 싶다"고 밝히며 K리그1 승격 목표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FA컵 우승을 통해)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목표도 이뤄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