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에세이는 '시리즈'가 대세

입력
2021.04.18 15:50

최근 출간된 문보영 시인의 ‘일기시대’와 강지혜 시인의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는 각각 민음사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의 1, 2번 주자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일상과 시간을 넘어 오래 기록된 문학을 나란히 놓아 본다'는 콘셉트로 기획된 ‘매일과 영원’은 작가들의 문학론을 일기 형태로 담는다.

에세이 범람의 시대, 요새 트렌드는 단연 ‘시리즈’다. 각기 다른 저자의 글을 통일된 주제, 제목, 디자인 등으로 묶어 연속해 내는 방식이다. 이전에도 시리즈 에세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에세이 시장이 포화하다 보니 출판사들이 단권보다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좋은 시리즈로 독자를 공략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시리즈 에세이의 유행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아무튼’ 시리즈가 견인했다.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되는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라는 슬로건 아래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의기투합해 2017년부터 지금까지 펴내오고 있다. 1권인 ‘아무튼, 피트니스’부터 41권인 ‘아무튼, 장국영’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책이 독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시장에 안착했다.

‘아무튼’ 시리즈의 특징은 떡볶이, 택시, 연필, 인기가요, 양말처럼 ‘이런 것도 책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주제를 파고 든다는 점이다. 여기에 150쪽 내외의 문고본 판형,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저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 없이 집필을 시도할 수 있고, 독자 입장에서도 이전까지는 단행본으로 만나보기 힘들었던 주제를 책으로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출판사 세미콜론에서 내고 있는 ‘띵’ 시리즈 역시 이 같은 에세이 시리즈의 규격을 정확히 지킨다. ‘식탁 위에서 만나는 나만의 작은 세상’이라는 콘셉트 아래 라면, 치즈, 고등어처럼 각 권마다 음식이나 식재료를 주제로 삼았다. 역시 1만1,200원의 저렴한 가격에 200쪽 내외의 문고본 판형을 앞세웠다.

‘아무튼 00’처럼 제목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 역시 시리즈 에세이의 특징이다. 티라미수 더북의 ‘난생처음’ 시리즈는 말 그대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직접 옮긴 이들의 이야기를 엮은 시리즈다. ‘난생처음 킥복싱’, ‘난생처음 서핑’, ‘난생처음 기타’ 등을 냈다. 도서출판 가지의 ‘나는-산다’ 시리즈도 ‘나는 식물 키우며 산다’, ‘나는 요가하면서 산다’ 등 시리즈 에세이임을 단번에 알 수 있도록 제목을 달았다.




‘열 문장 쓰는 법’, ‘책 파는 법’, ‘에세이 만드는 법’, 각종 ‘하는 법’을 알려주는 유유 출판사의 ‘땅콩문고’ 시리즈도 제목으로 일관성을 유지한 경우다. 제목으로 끝말잇기를 시도한 경우도 있다. 출판사 시간의 흐름은 ‘커피와 담배’, ‘담배와 영화’, ‘영화와 시’ 등 각 권의 제목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한 '말들의 흐름' 기획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콤플렉스를 특별함으로 승화시키는 ‘이까짓’ 시리즈,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쓰는 ‘삐삐’ 시리즈,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라이킷’ 시리즈 등 출판사들의 다양한 에세이 시리즈가 출간 중이거나 출간을 준비 중이다. 책 ‘에세이 만드는 법’을 낸 이연실 문학동네 차장은 “출판사의 기획 역량을 보여주기 매우 좋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어 시리즈 에세이 유행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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