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주자들 선명성 경쟁하지만... '조국·친문'은 사실상 금기어

입력
2021.04.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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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을 향한 송영길ㆍ우원식ㆍ홍영표 의원의 선명성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송 의원은 ‘무주택자에게 집값의 90%까지 대출해주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에 나섰고, 우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거리 두기 조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손실을 소급해 보상해주겠다고 공약했다. 친문재인계 핵심인 홍 의원은 ‘중단 없는 검찰개혁’을 약속해 다른 방향의 선명성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조국 사태’가 4ㆍ7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패배 원인이라는 반성문이 당내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일제히 말을 아끼고 있다.


부동산·코로나 보상·검찰개혁... 3색 선명성 경쟁


송영길 의원은 1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제한하면 돈 없는 사람은 집을 살 수 없다”며 “무주택자가 최초로 집을 사면 LTV를 90%로 풀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대출 규제→투기 수요 억제→집값 안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뒤엎는 것이다. 송 의원은 “선거 참패의 원인은 부동산 대책”이라며 “정부가 24번에 걸친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이 올라 20~30대가 집을 못 구해 쫓겨나고, 집 가진 사람은 팔지도 못하고 공시가 인상으로 세금이 늘었다”고 부동산 정책에 각을 세웠다.


우원식 의원은 ‘자영업자 손실 보상 소급 적용’ 카드를 꺼냈다. 그는 “당 대표로 출마하면 (소급 적용을) 공약으로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소급 적용은 올해 2, 3월 당ㆍ정ㆍ청 논의 과정에서 재정 부담과 위헌 소지 등의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다. 정부는 차선책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른 자영업자 손실을 지원하는 4차 재난지원금(최대 500만 원)을 지급 중이다. 우 의원은 “자영업자의 45%가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재정당국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얘기하는데, 국민의 인내는 화수분이냐”고 했다.

홍영표 의원은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사법개혁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보면 70%의 국민이 지지했다”며 “큰 방향에서 틀리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과정의 잡음으로 민심의 피로도가 쌓였고, 결국 선거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진단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강성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 표를 겨냥, '친문 선명성'을 드러내는 것이 홍 의원의 전략인 셈이다.


조국으로 갈라진 與, 외면하는 당권 주자들

당권 주자 3명은 최근 당내 분열의 기폭제가 된 ‘조국 사태’에 대해선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조국 책임론'이 사실상 금기어가 된 것이다.

우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에 대해 당의 대처가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여러 반성들이 나오고 있는데 하나씩 잘라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송 의원 또한 최근 ‘초선 5인방’이 선거 참패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꼽은 것에 대해 “그런 요인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그나마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후보는 홍 의원이다. 그는 12일 “민주당이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문제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했어야 했다. 안이하고 부족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검찰개혁 문제를 조 전 장관의 개인적 문제와 연결시켜서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국 사태 당시 검찰의 과잉ㆍ표적 수사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인됐기 때문에 검찰개혁은 계속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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