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에서 대승을 거둔 국민의힘에서 차기 당권 및 야권 통합 등을 두고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갈등 단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차기 대권 경쟁과 맞물려 날 선 발언이 오가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잘해서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벌써 잊은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무엇보다 7일 재·보선 개표 상황실에서 당직자에게 발길질과 욕설을 한 송언석 의원에 대한 처리가 국민의힘의 쇄신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2일에서야 송 의원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당 윤리위원회에서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실에 본인 자리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질 폭행을 하고 이후 언론에 거짓 해명까지 한 송 의원의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사과가 한참 늦게 나온 상황에서 당 윤리위가 또다시 시간을 질질 끈다면 국민의힘이 무슨 낯으로 민주당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벌써 감정 싸움을 벌이는 것도 구태의연하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건방지다”고 자극적인 발언을 한 것이나 이를 두고 “범죄자 신분” “스토킹” 등 거친 반응이 나오는 것 모두 볼썽사납다. 야권이 승리에 도취해 벌써 자중지란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으로 인정을 받기 위한 시험은 이제 막 들어선 단계다. 당장 차기 당권 체제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들의 기대는 금방 식을 게 뻔하다. 이를 감안하면 초선 의원들이 차기 지도부 체제와 관련해 영남당 탈피를 촉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이를 무시하고 당이 지역적 기득권에 안주하고 중진들이 당권 확보에만 골몰하면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자만과 오만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