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테러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총 110건으로 1994년(73건) 이후 25년 만에 가장 많았다. 그 중 대다수가 우익을 자처하는 단체나 개인의 소행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군대나 경찰 출신이 공격에 가담하는 사례가 많아져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12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이후 6년간 발생한 우익 극단주의 테러는 267건, 사망자는 91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좌익 극단주의 공격은 66건, 사망자는 19명에 그쳤다. 우익 세력이 사회 불안에 최대 위협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CSIS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 책임자인 세스 존스는 “국내 테러 음모와 공격이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미국민들에게 심각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백인우월주의 득세다. WP에 따르면 지난해 우익 테러 사건의 3분의 2가량이 백인 우월주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희생자는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이민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집중됐다. 모스크, 유대교 회당, 흑인교회 같은 종교시설에 대한 방화, 총격 사건도 급증했다. 2015년 두 차례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던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샬럿의 한 흑인교회 목사는 “트라우마가 이제는 삶의 한 방식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CSIS는 “2001년 9ㆍ11테러 당시만 해도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에서 영향받은 이슬람 극단주의가 주요 범행 동기였던 것과 비교하면 20년 사이 테러의 성격과 양상이 극적으로 변했다”고 짚었다. 지난해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일으킨 사건은 전체 5%로 2008년 이후 가장 적었다.
테러가 고도화되는 징후도 엿보인다. 현역 군인 및 퇴역 군인, 전ㆍ현직 경찰 등이 극우 세력의 공격에 더 많이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CSIS에 따르면 2018년에 전ㆍ현직 군경이 연루된 테러는 한 건도 없었지만, 2019년에는 1건, 지난해에는 7건으로 늘었다. 이들은 1월 6일 발생한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에도 가담했다. 군ㆍ경 출신은 총기 발사, 폭발물 제작, 감시 및 정찰 같은 공격 기술에 능숙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다. CSIS는 “아직은 소수이지만 그 수가 증가하는 상황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며 “군과 사법 기관이 지금 당장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