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
4·7 재·보궐선거 압승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커지는 쇄신 목소리를 두고 나오는 평가다. ‘혁신 요구→당내 갈등→개혁 무산’으로 이어졌던 그간의 정치권 도식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21대 총선 참패 이후 국회에 입성했던 국민의힘 초선들은 그간 패배감이 짙게 깔린 환경에서 정치를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승리를 계기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초선 움직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방향성이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어려움을 뚫고 국회에 입성한 이들은 지난 1년간 중도층과 청년층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당직 사병의 실명이 여당 의원을 통해 공개되자, "내가 당직사병이다"라고 맞불을 놓았던 게 대표적 사례다. 일련의 노력이 이번 재·보선에서 청년층 지지를 통해 확인되면서 초선들은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차기 당권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국회 입성 때와 달리 회복세를 보이는 정당 지지율도 초선들의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5~9일까지 YTN 의뢰로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9.4%로 나타났다. 당 출범 이후 최고치다.
변화된 정치 환경에 더해 이들이 힘을 받을 수 있는 더 큰 배경으로는 쇄신의 장애물로 여겨지는 '계파정치'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참패로, 그간 당을 장악했던 친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로 상징되는 계파 구분이 흐릿해졌다. 특정 계파에 지분이 없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이끌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강해졌다. ‘청와대 1인 릴레이 시위’와 ‘전원 필리버스터 참여’ 등을 주도한 초선들은 ‘개혁’이라는 공통분모만을 통해 당내 여론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누구와도 엮인 게 없다. 한마디로 빚진 게 없다”며 “오로지 당 혁신과 개혁을 위해 결속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2명 중 56명을 차지하는 ‘수적 우위’도 향후 중진들과 당권 경쟁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다. 당 일각에서는 “초선이 최대계파”라는 말까지 나온다.
극복해야 할 한계도 분명하다. 우선 56명에 이르는 초선들을 아우르는 ‘구심점’이 없다. 초선들이 쇄신 의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로 결집할 리더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초선 중에서 이런 역할을 할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당권 경쟁과 맞물려 김웅 윤희숙 박수영 의원 등 그간 여론의 관심을 받았던 초선의원 이름이 거론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흐름은 잡히지 않는다. 당권을 노리는 중진 의원들은 초선의 ‘신선함’만으로 전당대회 이후 내년 대선 관리와 국민의당과의 합당,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 등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다. 향후 이어질 정치적 스케줄 안에서 관록과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선거 승리가 국민의힘 초선들의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벌써부터 여러 갈등이 야권에서 불거지고 있고 당권 경쟁도 치열해져, 초선들이 존재감을 발휘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