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배터리 전쟁 극적 합의 뒤엔...靑·백악관 '핫라인' 있었다

입력
2021.04.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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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LG맨' 유영민 靑 비서실장, 막후 활약


지난달 26일 이호승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현재 정책실장)은 백악관 고위 인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분쟁이 핵심 의제였다. '앞으로 10년간 SK 배터리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17일 앞으로 다가온 터라, 통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이호승 실장의 통화 상대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소속 핵심 인사였다. 지난 2월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브라이언 디스 NEC 위원장과 통화한 것을 시작으로, 청와대 정책실과 NEC 사이엔 '핫라인'이 구축된 상태였다. NEC는 백악관 내 경제정책조정협의체다.

이 실장이 통화에서 합의한 내용은 대략 이렇다. 'LG와 SK의 배터리 분쟁을 끝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한국 기준 12일 오후 1시) 전에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중재해 보자.' 중재는 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단 하루 앞둔 11일 LG와 SK는 배터리 분쟁을 끝내기로 그야말로 '극적으로' 합의했다.



미국이 SK의 미국 내 사업이 지속되길 바란 만큼, 백악관이 중재 노력을 한 건 이미 알려져 있었다. 청와대가 물밑에서 뛴 건 그간 비밀에 부쳐졌다.

이호승 실장과 함께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키맨' 역할을 한 사실도 12일 확인됐다. 30년 'LG맨'이자 LG CNS 부사장 출신인 유 실장은 LG와 SK를 직접 찾아 다니며 중재안 마련을 유도했다.

유 실장이 전면에 나선 건 이호승 실장과 NEC 인사의 통화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된 직후다. '책임 있는 인사'가 움직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문 대통령이 유 실장에게 직접 미션을 줬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 정치권 인사는 "유 실장을 중심으로 LGㆍSK 고위 관계자 회동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고 말했다. 유 실장이 양측 입장을 번갈아 들으며 차이를 좁히는 데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文 "참으로 다행... 전기차 산업 발전 선도해주기를"

문 대통령은 LG와 SK의 법적 분쟁 종식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인 12일 "참으로 다행"이라는 소감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문 대통령은 "2차 전지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성장해온 LG와 SK를 비롯, 우리의 2차 전지 업계가 미래의 시장과 기회를 향해 더욱 발 빠르게 움직여서 세계 친환경 전기차 산업의 발전을 선도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정부도 전략 산업 전반에서 생태계와 협력 체제 강화의 계기가 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