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LG·SK 배터리 분쟁 합의는 美 자동차 산업 승리”

입력
2021.04.12 00:04
바이든 행정부, 거부권 행사 시한 앞두고 막후 조율
SK 2조원 배상금 지급 합의… "최종 승자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분쟁 타결에 대해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계획의 핵심은 전기차와 배터리를 바로 여기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만드는 것이었다”며 양사 간 합의를 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강력하고 다각적이며 탄력성 있는, 미국 기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필요하다”며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전기차 및 부품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금 조건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일자리를 위한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합의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긍정적인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악관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특별 언급하며 미 행정부가 양자 간 조율에 핵심적 역할을 했음을 에둘러 내세우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써 준 타이 대표에게 감사하다”며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은 수백만 개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내고 미국 자동차 산업을 지원해 미국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날 SK가 LG에 배상금 2조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하며 2019년 4월부터 2년간 이어진 배터리 분쟁을 끝냈다. 또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특허 침해 소송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2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LG 손을 들어줬다. 당시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은 향후 10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 미국 수입이 금지되는 상황이었다.

SK에너지솔루션이 기댈 수 마지막 카드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였다. 하지만 SK를 구제할 경우 특정 기업 이해를 챙겼다는 불공정 시비가 불가피했고, ITC 판결을 그대로 따르면 SK의 미국 사업 철수로 막대한 산업 피해와 일자리 손실 우려가 컸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까지 조지아주(州)에 공장 두 곳을 지어 전기차 30만대 분량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최종 시한인 이날 양사를 중재해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해 냈다. 미 행정부는 물론 양사 모두 현실적 피해와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 명분과 실리를 두루 챙기게 됐다. 미 언론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합의의 최종 승자는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