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땐 싸우더라도 지구촌 공동 과제엔 기꺼이 협력한다.’ 최근까지 제재 폭탄을 날리며 대중 강경책으로 일관했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후변화’ 이슈에서만큼은 함께 싸우자며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미국이 아무리 못마땅해도 지구촌 공통 관심사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중국은 그 손을 마냥 뿌리칠 수도, 덥석 잡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사안별로 정책 기조를 달리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두 갈래’ 전략이 일단 먹혀 든 형국이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존 케리 기후특사가 조만간 중국을 찾는다. 케리 특사는 12일 이후 상하이에서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 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급 인사로는 첫 방중이다. 지난달 18일 난타전으로 끝난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미중이 대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미 국무부는 “현재로선 방중 일정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WP는 “양국이 인권ㆍ무역ㆍ안보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등 공동 의제에 관해서는 협력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무부는 케리 특사의 중국 방문이 인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순방의 일환이라고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22,23일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코 앞둔 시점이라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초청한 상태다. 시 주석이 수락하면 화상이긴 해도 양국 정상이 처음 마주하게 된다. 중국은 아직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케리 특사는 인도 방문 중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미중이 차이점에 얽매여 있어선 안 된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때문에 기후 책임자간 상하이 회담은 시 주석의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타진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셰 대표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당시 중국 국가환경호보총국장을 지내며 미 국무장관이던 케리 특사와 협상을 주도했다. 그는 2월 케리 특사 임명에 맞춰 기후변화 특별대표로 다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지난달 23일 중국 주최로 화상으로 열린 연례 ‘장관급 기후행동’ 회의에서 먼저 재회했다. 신문은 “기후 문제는 양국의 관심사가 겹치는 몇 안 되는 분야”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협약을 일방 탈퇴하면서 중단된 미중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이 공론장에 선뜻 나설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 때리기 강도를 나날이 높여가는 미국의 행보를 외면하기 어려운 탓이다. 9일에도 미 국무부는 대만 관리들과의 만남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새 지침을 내놨다. 중국 정부가 극도로 경계하는 ‘하나의 중국’에 반하는 또 하나의 조치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대만이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 안보ㆍ경제 동맹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후 문제 빼곤 대중 압박을 완화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