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구미 3세 아이, '바꿔치기' 된 시점은 2018년 4월"

입력
2021.04.11 14:00
친모 석씨 바꿔치기한 이유엔 '종교' 등 다양한 추측
"본질은 아동학대, '드라마'보다 책임에 주목해야"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월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 사건과 관련, 아이의 친모 석모(48)씨에 의해 바꿔치기 된 시점이 2018년 4월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10일 오후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구미 여아 사망 사건을 다루면서,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 김모(22)씨가 낳은 아이가 바뀐 시점을 2018년 4월로 추정했다.

해당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여아의 영아 시절 사진을 분석한 결과, 2018년 3월 30일 출생 후 4월 7일까지 같은 모양이던 왼쪽 귀 모양이 4월 28일 이후 크게 달라졌다고 밝혔다. 아기 왼쪽 귀의 귓바퀴가 짧은 시일 안에 완전히 펴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었다.

앞서 경북 구미경찰서는 숨진 여아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아 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씨와 여아가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경찰은 동일한 검사를 4회 했으며 검찰도 추가 검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석씨가 자신의 친딸인 죽은 아이와, 김씨가 낳은 손녀를 '바꿔치기'한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지만, 석씨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는 9일 김씨의 첫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법정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내(석씨)가 아기를 낳지 않았는데 언론과 경찰에선 자꾸만 낳았다고 한다"며 "아이를 낳은 적이 없으니 유전자 검사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DNA검사 결과에도 석씨가 이를 부인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이를 '형량 줄이기' 작전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한국일보에 "구미 사건에서 '외할머니'가 끝까지 부인한 것은 영아 유기나 상해치사, 살인 등 바꿔치기보다 더 큰 감춰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 교수도 "자기 둘째 딸이 낳은 (바꿔치기 된 후 사라진) 아이의 행방과 그것과 관련 있는 사람 혹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같은 방송에서 김태경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를 낳고 싶거나 낳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바꿀 만한 이유는 종교적 이유밖에 없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본질은 아동학대"라면서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 할머니냐 엄마냐, 드라마적 요소를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데 언론이 집중해 아이가 사망한 책임에 대해서는 조명이 덜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9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김씨는 아이의 보호 양육을 소홀히 해 아이가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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