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고 살찌는데…비만이 아니고 쿠싱병?

입력
2021.04.10 18:10

‘쿠싱병’은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 호르몬(ACTH)이 과다 분비돼 생기는 질환이다. 1932년 쿠싱병을 이 병을 처음 밝혀 발표한 미국 외과 의사 하비 쿠싱(Harvey Cushing) 박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쿠싱 박사의 생일(4월 8일)을 기념해 ‘쿠싱병의 날’이 제정됐다. 최근 가수 이은하 씨가 쿠싱병으로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관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쿠싱병은 각종 내분비계 합병증을 유발하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5년 사망률이 50%에 달하는 심각한 질환”이라며 “비만 환자와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쉽지 않은 희소 질환”이라고 했다. 쿠싱병을 적절히 치료하는 데만 5년 정도 걸리지만, 질환을 잘 알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우리 신체의 주요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는 뇌하수체는 크게 전엽과 후엽으로 나눌 수 있다. 쿠싱병은 이 가운데 전엽에 종양이 생긴 뇌하수체 종양의 일종이다.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 호르몬이 과다 분비될 때 쿠싱병으로 진단한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발병률이 3배 높다. 국내에서는 매년 인구 100만 명당 0.84명 정도 발생한다.

쿠싱증후군은 쉽게 쿠싱병을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부신종양이나 쿠싱병 등 다양한 원인으로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과다 분비가 일어나는 모든 질환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부신피질호르몬과 비슷한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물을 과하게 사용해 약물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도 (의인성) 쿠싱증후군으로 부른다.

쿠싱병은 뇌하수체 전엽에 생긴 종양이 원인이기에 종양 제거가 첫 번째 치료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완전 제거가 힘들면 약물 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종양을 줄인다. 이 밖에 쿠싱증후군은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는데, 대부분 부신 종양으로 인한 것으로 부신 종양 제거 치료 등이 이뤄진다.

쿠싱병에 걸리면 얼굴 모양이 달덩이처럼 둥글게 변하고(moon face) 체중이 증가하며 복부 비만이 생긴다. 목 뒤에 들소의 목덜미같이 지방덩어리가 차오르는 버팔로 험프(Buffalo's hump)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고혈압ㆍ당뇨병ㆍ골다공증ㆍ저칼륨혈증이 특징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월경 불순ㆍ여드름 등도 생긴다. 어린이의 경우 체중 증가가 키의 증가에 비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조관훈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활동이 줄고 식사량이 늘면서 체중 증가로 외래 방문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순 비만일 때가 많다”며 “비만 환자 가운데 얼굴 모양이 변하거나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이 모두 발생한다면 쿠싱병을 의심하고 이른 시일 내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쿠싱병의 주요 증상]

1. 가슴ㆍ배ㆍ상체는 찌지만 팔다리는 가늘어진다.

2. 팔다리 근육이 약해지고 쉽게 멍든다.

3. 배ㆍ허벅지에 살이 튼 것처럼 붉은 줄무늬가 생긴다.

4. 얼굴이 붉어지고 여드름이 생긴다.

5. 얼굴과 몸에 체모가 늘어난다.

6. 감정 기복이 심하고 쉽게 우울감을 느낀다.

7.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며 무월경이 되기도 한다.

8. 남성은 발기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