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홍영 검사를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김대현 전 부장검사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검찰 결정이 재차 나오자 유족이 강하게 반발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2월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죄뿐 아니라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항고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기소했지만, 모욕·강요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했다. 모욕 혐의는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하는데 고소 기간이 지났고, 강요죄는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 재직 시절인 2016년 3~5월 회식 자리 등에서 손바닥으로 김 검사의 등을 강하게 때리는 등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 검사에게 폭언과 모욕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검사는 그해 5월 업무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전 부장검사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그의 모욕적 발언들을 구체적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특정 발언이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려면,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이 담겨 있어야 한다.
변협은 서울중앙지검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검이 다시 판단해 달라며 항고했다. 서울고검은 김 전 부장검사가 한 모욕적 발언 중 일부는 ‘사실 적시’에 해당된다면서도,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김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열흘 전 김 전 부장검사는 형사2부 소속 검사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김 검사에게 “3개월 지난 미제 사건을 왜 보고하지 않느냐”며 질책했다. 서울고검은 이와 같은 발언이 두 사람의 직책과 관계상 허용될 만한 업무수행 범위로 봤다.
김 검사 유족 측은 이날 "대검의 감찰 진행 시 김홍영 검사와 같은 부에 소속된 검사들은 그때 김홍영 검사가 느꼈을 모멸감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며 "그럼에도 직장 내에서 사회상규상 허용된다는 서울고검 결정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서울고검장은 당시 부장검사 직속 상관이었던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라며 "이번 결정이 그런 관계에서 비롯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명예훼손 혐의 적용 여부를 다시 한번 판단받기 위해 대검에 재항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