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과 주요국의 반도체 '안보 물자화' 움직임에 맞서 정부가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종합정책(K-반도체 벨트 전략)을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미국 등이 자국내 반도체 생산을 염두에 둔 대대적 투자에 나서자 우리도 반도체 생산능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최고 지도자까지 나선 미국과 중국 등의 반도체 패권경쟁 잰걸음과 비교하면 한국의 대응이 너무 안이한 수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반도체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반도체 업계와 마주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사장인 이정배 반도체협회장을 비롯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등이 참석해 정부의 추가 지원책을 요구했다.
성 장관은 “최근 반도체 산업은 기업간을 넘어 국가간 경쟁에 직면한 만큼, 민관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업계에서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뿐 아니라,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충 등 공급망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 장관은 이어 “정부도 한국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전략을 마련 중”이라며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에 실질적 도움이 될 종합정책(K-반도체 벨트 전략)을 수립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도체 업계 CEO들은 △연구개발(R&D) 및 제조시설 투자 비용의 50%까지 세액공제 확대 △반도체 제조시설 신ㆍ증설 시 각종 인허가 및 전력ㆍ용수ㆍ폐수처리시설 등 인프라 지원 △원천기술 개발형 인력양성 사업의 조속한 추진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투자세액 공제 확대 등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오는 12일엔 백악관에서 반도체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 비하면 우리 정부의 대응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성 장관이 업계 목소리를 직접 듣는 건, 지난해 연말 차량용 부품에서 시작된 반도체 공급 대란이 발생한 지 넉 달 만이다.
이정배 회장은 “반도체 산업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정책지원 강화를 요구하는 업계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