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리더십이냐, 참신한 인물이냐"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포스트 김종인 체제' 준비에 본격 돌입한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한 중도 드라이브가 일단 성공을 거둔 만큼, 이를 바탕으로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까지 끌어낼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다.내부에서는 중진들과 초선 의원들 간 당권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리더십 부재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민의힘 내부에는 형성돼 있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9일 "이르면 다음 주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차기 대표를 뽑기 위한 전준위부터 가동해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현재 당 대표에는 5선의 주호영 정진석 조경태 서병수 의원과 4선의 홍문표 권영세 의원, 3선의 하태경 윤영석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무성 나경원 전 의원 등 원외에서도 중진급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중진급 인사들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당 관리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진급 당 대표가 다시 전면에 나서면, 지속돼야 할 당의 혁신 작업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향후 '야권 통합' 과정에서도 계파 줄세우기 등 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보수 색채가 강하거나, 막말 등으로 당의 이미지를 깎아 먹었던 분들도 다 모으자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런 방향으로 가면 당이 중심을 잃고 '도로 미래통합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 승리를 계기로 초선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로 이번 선거 승리를 가져온 만큼 이를 유지하려면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웅 윤희숙 강민국 박수영 황보승희 의원 등이 실제로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지켜보는 중진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당의 쇄신과 변화를 위한 초선들의 도전을 환영한다"는 게 반응이다. 하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한 중진 의원은 "초선 의원 수가 많아 원내에선 영향력 있을지 모르지만, 전당대회에서 표를 행사하는 당원들에겐 초짜 신인이 아니겠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당의 간판으로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크게 호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권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번 선거 승리로 반전에 성공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누가 대표가 되느냐보다 그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