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 3구 집값이 오를 것이란 관측과 달리 실제 보합·하락세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이 재개발·재건축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시장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로, 오 시장 재임 기간에는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부동산 전문가인 한문도 연세대 겸임교수는 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시장이 (선거 때)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냈지만, 서울시장이 '여기 50층 올려라'라고 한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있고, 시 의회 공청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도시계획위원회들의 임기는 2022년 2월까지인데, 이분들이 1년간 준비해 서울시 2040플랜을 세운 지 얼마 안 됐다. 시장이 바뀌었다고 (정책이) 확 바뀔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의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2040플랜'은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35층 룰'을 택하고 있다.
그는 이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가능하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재선이 돼도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 체계화가 많이 됐기 때문에 (시장)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실제 재건축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강남 3구의 집값은 하락세 또는 보합세라고 평가했다.
그는 "거래량이 못 받쳐주고 있다. 강남 3구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살펴보니 1만~2만 가구 되는 압구정동에서 한 달간 9개가 거래됐다"며 "(강남 3구에서 거래된) 500개 중 53개가 신고가를 올렸고, 나머지 450개는 하락이나 보합"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임대차 3법 시행과 2·4 부동산 대책 효과로 '매수 우위 시장' 추세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매물은 계속 늘어나는데 정작 집을 살 수요자가 적다는 뜻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 점차 집값이 내려갈 것이란 게 한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작년 9월에는 (매매와 전세, 월세 물량이) 약 5만 건이었는데, 현재 8만4,000개로 늘었다. 매물이 계속 쌓여갈 것"이라며 "실제 시장에선 (집값) 하락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매수 우위 지수로 보면 '영끌(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것)'할 시점에 170 정도였다. 팔려는 사람은 100명인데 사려는 사람이 170명이란 얘기"라며 "지금은 6주째 수치가 계속 하락해 75.3까지 내려왔다. 이 수치는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또 "수요자가 매수를 안 하는 방향으로 터닝한 게 2,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나 강동구는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2주째 연속 하락했다"며 "정부가 ①4월 신규택지 후보 발표 ②5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추가 발표 ③7월 사전 분양을 시작하는 등 공급 물량이 계속 나오면서 (집값은) 하향 안정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전셋값도 하락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세도 (매매와) 마찬가지다. 마포나 강동은 2주째 연속 하락하고 있다"며 "전세 가격 자체도 하락하고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이 나왔을 때 비싸게 받으려고 임차인을 내보내 매물을 내놨는데 안 팔리는 것"이라며 "안 팔리다 보니 전세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 전세 선회로 전세 물량이 계속 늘고, 이제 임계점이 오니 가격 하락이란 데이터가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