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선거'였는데 '성 평등' 내건 후보들은 2%도 못 얻었다

입력
2021.04.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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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이슈' 내건 제3후보 득표율 1.9%
연대·차별화 전략 부재 등이 원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전임 시장의 권력형 성 비위로 촉발된 '젠더 선거'였다. 그럼에도 거대 양당이 아닌 '성 평등' 정책을 전면에 내건 제3 후보들의 득표율은 2%를 넘지 못하는 한계를 확인했다. 이번 선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정권 심판론' 탓이 크지만, 이슈 부각을 위한 후보 간 연대나 차별화 전략 부재 등이 고전 요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센 정권 심판론에 묻힌 '성 평등' 이슈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여성 혼자서도 안전한 서울'을 앞세운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는 0.68% 득표율로 4위에 올랐다. 성 평등을 내세운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1%에 미치지 못했다.

5~8위를 기록한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와 신지예 무소속 후보, 송명숙 진보당 후보, 오태양 미래당 후보는 모두 득표율 0.5%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들 5명의 후보 득표율을 합산하면 1.91%(9만3,843표)였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나선 신지예 후보가 1.67%(8만2,874표)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전 선거에 비해 젠더 이슈를 앞세운 후보만 많았지 득표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젠더 이슈가 우리 정치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번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더불어민주당은 의도적으로 젠더 이슈를 회피했고 국민의힘은 여당을 겨냥한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만 활용했다.

거대 양당 간 '정권심판론'과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질수록 성 평등 정책을 앞세운 후보들이 설 공간이 좁아졌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번 선거는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 나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정권심판론이 세게 불어 (성 평등을 내세운 후보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나홀로 선거운동’ 아쉬워… 장기 전략 조언도

선거기간 5명의 후보들의 '나홀로 선거운동'이 아쉬웠다는 평가도 있다. 지지 기반과 메시지, 정책이 겹치는 데도 후보 간 연대나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소소한 돌풍조차 일으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단위부터 경험과 실력을 쌓아가는 장기 계획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청년후보들이 큰 선거에 뛰어들어 지속적으로 활동할 힘을 소진할까 우려된다"며 "긴 호흡을 갖고 기초의회 등에서 기반과 실력을 쌓아 차근차근 올라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시도는 선거의 본질적 의미를 지키고 유권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날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여성 중 거대 양당이 아닌 제3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15.1%였다. 30대 여성에서도 5.7%로 적지 않았다.

제3 후보들은 이러한 표심에 희망을 엿보기도 했다. 신지혜 후보는 "거대 양당 심판 프레임 속 소수정당을 지지하기엔 큰 용기가 필요한 데도 2만3,000여 명의 시민이 저를 선택해줬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적어도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정치권의 해결 의지는 만들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유빈 기자
김민순 기자